문화 출판

'술탄'과 '황제' 두 군주의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3 18:00

수정 2016.11.03 22:47

전 국회의장 김형오의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2012년 낸 '술탄과 황제' 개정판
비잔틴제국 최후의 전투 '콘스탄티노플 대격전' 한편의 블록버스터영화처럼 구현
비록 역사의 선택에 따라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두 군주가 보여주는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진정한 리더는 무엇인가.' 힘과 권력이 아닌 위로와 희망의 리더십에 목말라 있는 오늘, 술탄과 황제 두 영웅의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술탄'과 '황제' 두 군주의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

1453년 5월 29일,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꾼 비잔틴 1000년 제국 최후의 날.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 탐구와 상상력으로 우리 눈앞에 펼쳤다. 마치 터키 이스탄불 성 안에라도 있었던 듯 50여일 동안 치러진 대격전을 생생히 되살렸다.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1400년간 이어진 로마제국이 끝났다는 사실을 넘어 이를 기점으로 중세에서 근세로 시대가 바뀌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동서양 두 제국이 격돌한 이 최후의 결전을 그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는 역사서 형식을 띄었지만 왜 이들이 전쟁을 벌였는지, 그토록 찬란한 문화를 뒤로 하고 끝내 멸망한 이유는 무엇인지 만을 학술적으로 탐구한 책은 아니다.


빼앗야 하는 자와 지켜야 하는 자. 제국의 멸망 과정 한 가운데 있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두 군주의 리더십과 그 내면에 집중했다.

비록 역사의 선택에 따라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두 군주가 보여주는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진정한 리더는 무엇인가.' 힘과 권력이 아닌 위로와 희망의 리더십에 목말라 있는 오늘, 술탄과 황제 두 영웅의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책은 지난 2012년 출간 당시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삼성경제연구소 추천 도서로 선정된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판이다. 보통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간의 수정과 업데이트를 하는 개정판과 달리 개작이라 해도 좋을 만큼 초판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쳤다. 전작이 서양학자들 위주의 자료에 다소 의존했다면, 이번에는 터키의 사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양측의 시각을 모두 아울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용은 깊어지고 풍부해졌다. 흥미와 감동의 수준도 커졌다.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읽는다면 어느 젊은 작가가 쓴 실험소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저술로 지성의 세계에 기여한 인물로 이만한 이가 또 있을까"(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세계적 수준의 독창적 글로벌 문화 교양서가 탄생했다"(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등의 헌사를 받았다. 보통 '정치인 누구'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과 달리 '정치인'이라는 이름표가 오히려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정도다.

철저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저자답게 이 책은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통해 마지막 전쟁 나흘 간의 이야기를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구현해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아슬아슬한 전경을 눈앞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다.

전쟁의 과정, 동원된 병력, 사용된 무기, 디테일한 전투 장면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함락 이후 혼란까지 세밀하게 그렸다.

'그렇다, 종말의 시간이 오고 있다' '괴물이 등장했다 사다리 구조를 지닌 공성용 탑이다' '주께서는 극복하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 했다. 부족한 저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이 도시의 정복은 나에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등 전쟁 후 발견된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이라는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두 리더의 전략과 전술, 통치 이념, 종교관과 사생관, 인간적 고뇌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대한 기존의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담은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삼중 성벽의 구조와 최후의 공성전 과정,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장졸들을 독려한 술탄과 황제의 연설문 등 다양한 부록은 읽는 이의 흥미를 끈다.


QR 코드와 각주 등을 통해 추가 정보와 배경 지식, 역사적 사실 등을 도판과 지도, 사진 등으로 정리해 독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한 노력도 눈에 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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