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역사의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는 경쟁사인 나이키, 아디다스와 달리 운동화의 편안함과 기능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대부분의 뉴발란스 운동화에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표식이 크게 새겨져 있다. 뉴발란스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 5개 생산공장을 두고 운동화의 70%를 생산한다. 고집스러운 '미국 내 생산'이야말로 뉴발란스의 핵심 가치라고 할 만하다. 미국 소비자는 뉴발란스를 구매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뉴발란스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불매운동이 번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뉴발란스 운동화를 불태우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난다. 이 회사 대변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질문에 "트럼프가 당선되니 모든 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TPP로 외국의 값싼 제품이 밀려드는 게 달갑지 않은 뉴발란스로선 TPP 포기를 지지하는 게 당연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에게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결과가 됐다.
가장 미국적인 기업,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기업이 갑자기 격렬한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대선 이후 미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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