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차장 칼럼] 한식 세계화, 특급호텔이 나설 차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0 17:02

수정 2016.11.20 17:02

박 신 영 생활경제부
[차장 칼럼] 한식 세계화, 특급호텔이 나설 차례

지난주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편' 발간에 따라 한식 세계화, 이른바 'K푸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별을 받은 24곳의 레스토랑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한식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고등급인 '3스타'를 받은 2곳이 모두 한식당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쉐린 가이드는 애초부터 여행자를 위한 안내 책자인 만큼 이번 서울판 발간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식당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호텔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하게 3스타를 받은 서울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입소문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예약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한식당이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파인 다이닝'을 대표하는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시내에서 4곳에 불과하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메이필드호텔이 전부다. 그마저 강남권 특급호텔에는 한식당이 없다. 강남권 특급호텔들이 별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급호텔들은 한식당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외면하는 주된 이유로 수익성을 꼽는다. '손님들이 파스타는 3만원을 내고 먹지만 김치찌개는 3만원이라고 하면 수긍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신라호텔 '라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식도 얼마든지 당당히 세계인에게 내놓을 만한 고급 음식이다. 라연은 자극적인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고려해 고춧가루나 고추장 같은 양념은 전혀 쓰지 않는다. 김치조차도 나박김치만 제공한다. 라연도 지난 2013년 오픈 초기 '정통 한식'에 낯설어하는 외국인 고객들 때문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번 미쉐린 가이드 2017 서울편에서는 당당히 '3스타'를 받으면서 세계적 한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식당은 이미 올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예약자 가운데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라연 측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6대 4정도였는데 미쉐린 3스타 선정 이후에는 외국인 예약 비중이 절반으로 올라섰다. 국제공항과 함께 호텔, 특히 특급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의 '관문'이다. 관광객에게 공항은 그 나라에 대한 첫인상을, 호텔은 그 나라의 첫맛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식품업계,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한식 세계화를 위해 분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라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멍석이 깔렸다. 이제 특급호텔들이 그 위에다 칠첩반상을 펴고 세계인들을 맞이할 때다.
이제는 특급호텔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padet80@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