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도레이케미칼 등 신성장동력 확보 차질 우려
기업 안팎의 악재에 놓여있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연구개발비(R&D)도 줄이고 있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 불황과 맞물며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 수립보다 시급한 현안 해결에 경영의 중점을 둔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올 3.4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488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올해 5.79%로 지난해 6.51%에 비해 0.7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연구개발비 규모는 작년보다 늘었지만 매출 증가분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회사의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 원료를 만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피해 사건의 책임이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철 대표가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해 피해자 구제기금 조성 참여를 시사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위기감을 가지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러한 분위기가 연구개발 추진을 다소 위축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광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로 연결회계 기준으로 3.4분기까지 40억원을 썼다. 올해 전체 50억원 중반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돼 지난 2014년(84억원)과 지난해(77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비의 감소는 그룹 전체가 내우외환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고,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소송도 현재 진행형이다.
상장폐지 추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도레이케미칼은 연결회계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지난 2014년 1.38%에서 지난해 1.11%로 0.27%포인트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1.07% 수준을 기록하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악재에 부딪힌 일부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제한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성장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면서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몇 년 후 업계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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