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 장착 규제 마련 10년, 부모들 여전한 인식 부족
영유아 카시트 미착용에 대한 과태료가 30일부터 기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는 교통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인 카시트 장착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국내에서 카시트 장착이 의무화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난 2006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카시트 장착에 대한 규제 장치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부모가 대다수다. 카시트를 착용할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아이들의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사고 사망 70% 이상 줄일 수 있어
지난 8월 부산에서 승용차가 트레일러 뒷부분을 추돌해 뒷좌석에 앉아있던 3세 남아와 생후 3개월 남아 2명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이들은 차 밖 20m 지점에서 발견됐으며, 뒷좌석에는 카시트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승용차 충돌실험 결과 6세 미만 영유아가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중상 가능성이 2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사율 99%에 달하는 것이다.
머리 중상 가능성의 경우 카시트 착용시 5%에서 미착용시 98.1%까지 치솟았다. 가슴 중상 가능성은 착용시 14%, 미착용시 26.9%였고, 복합 상해 중상 가능성은 착용시 18%, 미착용시 99%였다.
반면, 카시트를 이용할 경우 1, 2세 영아는 71%, 12세 어린이는 54%나 교통사고 사망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과태료를 6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교통사고로 인한 영유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시트 미착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30일부터 내년 2월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에서 중점적으로 홍보 및 계도 활동에 주력한 뒤, 개학 시즌인 3월부터 집중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도 카시트 장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카시트 장착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카시트 장착률 90%
카시트 장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카시트 장착률은 39.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영국 96%, 독일 95%, 프랑스 91%, 캐나다 87%, 미국 74% 등 해외에서 카시트는 아이들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카시트 장착률이 한국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장착률이 낮은 만큼 카시트와 관련된 규정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는 나이는 만 6세 미만이다. 6세부터 12세까지는 안전띠만 착용하면 된다. 연령 및 몸무게에 따른 세부 규정도 전무하다.
선진국들의 카시트 규정은 구체화, 세분화돼 있다. 캐나다의 경우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아이의 연령과 몸무게에 맞게 카시트를 골라야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는 9㎏ 이하 영아는 후방 카시트를 태워야 한다. 9세 미만의 9~18㎏ 유아는 전방용 카시트, 몸무게 18㎏ 이상, 키 145㎝ 이하 어린이는 부스터 카시트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0달러(약 9만원) 상당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상황에 따라 최대 500달러(약 44만원)까지도 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각각 최대 500달러와 500파운드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이 태우기 전 올바른 카시트 사용법 숙지는 필수
카시트를 장착했더라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부모가 사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아이를 태울 필요가 있다.
카시트 제조업체와 각종 안전규정 등에 따르면 카시트는 반드시 뒷좌석에 설치해야 한다. 일부 부모들이 아이 혼자 뒷좌석에 있는 것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카시트를 조수석에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위험한 행위다. 교통사고 발생시 앞좌석 에어백이 급팽창하면서 아이를 질식시키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연령에 맞는 카시트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영아의 경우 후방 카시트 사용을 권고한다.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머리와 척추 등을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겨울철 두꺼운 옷을 입힌 상태에서 카시트에 태워서도 안 된다. 두꺼운 점퍼나 코트를 입히고 카시트 벨트를 채울 경우 벨트가 단단히 조여지지 않아 충돌시 몸이 카시트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사고 경험이 있는 카시트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사고로 충격을 받은 카시트는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재충격시 제대로 보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사고 경험이 있거나 연령에 맞지 않는 카시트 모두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령상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무는 것은 6세 미만까지이지만 6세 이상도 올바르게 카시트를 사용하면 아이들 안전에 도움이 될 것”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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