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도서지역 숲 관리로 풍요로운 미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30 16:58

수정 2016.11.30 16:58

[특별기고] 도서지역 숲 관리로 풍요로운 미래를

동남아시아의 보르네오섬 동쪽에 시파단이라는 13만㎡ 남짓의 작은 섬이 있다. 이곳은 화산활동으로 해저지형이 독특하고 3000종이 넘는 해양생물이 서식해 전 세계 다이버들에겐 성지로 통한다. 오래 전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이 섬을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말레이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했다. 당시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준 것은 뜻밖에도 바다거북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가 시파단섬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바다거북알 채집 금지와 서식지 보호 조치를 취했는데, 이를 실효적 지배로 본 것이다.
해양영토와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서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도서지역은 육지와 비교해 독특한 생물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너도밤나무, 섬잣나무 군락은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다. 도서지역 생물조사에서 희귀종이나 미기록종이 보고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3300여개의 섬이 있어 이를 제대로 발굴.보전하면 생물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최근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라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제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지의 영역인 도서지역 생물자원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도서지역의 생물자원은 서식면적이 좁은 데다 생태적인 필수조건과 유전자 풀(pool)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외래종 유입, 서식지 환경변화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각종 개발이 늘고 있고 수산 폐기물, 염소 방목 등으로 생태계와 생물자원이 위협받고 있어 보전.관리가 시급하다.

그러면 어떻게 보전.관리할 것인가. 숲이 중요한 해법 중 하나다. 전국 2800여개 무인도 전체면적의 90%가 지목상 임야다. 또 숲이 있는 무인도의 생물다양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5배 높다.

산림청은 2010년부터 독도 산림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릉도에 양묘장을 지은 뒤 복원 수종인 사철, 섬괴불 등을 증식하고 이를 독도경비대 주변에 심었다. 지금까지 심은 4700여그루 중 약 80%가 활착에 성공했다. 해풍과 갈매기 등 불리한 생육여건을 감안하면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이다. 이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복원사업 대상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독도 외에 보전가치가 높은 해안.도서지역에 대해서도 자원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훼손지 복원 등 체계적 보전.관리전략 수립도 병행돼야 한다. 일본이 도쿄에서 1000㎞ 떨어진 서태평양상 오가사와라 제도에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자원조사.모니터링, 외래종 제거, 고유종 복원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림녹화가 도서지역까지 확산돼 우리나라도 시파단처럼 고유영토를 지키는 것은 물론, 생태계와 생물자원을 보전하는 성공사례가 나오길 기원해 본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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