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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현재 심사정 '촉잔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8 17:04

수정 2016.12.08 17:04

끝없이 이어지는 험준한 인생길
[그림산책] 현재 심사정 '촉잔도'


우뚝 솟은 바위산의 기암괴석, 봉우리에서 쏟아지는 폭포, 절묘하게 걸쳐진 수목들이 절경을 이루는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1707~1769)의 작품으로 마을과 인물, 산세가 적절히 어우러져 명쾌한 화면을 선사한다. 골짜기마다 운무가 드리워져 앞길은 험준한데 귀한 나리가 마을로 향하는지 행차는 봉우리를 돌고 돌아 선두가 마을 어귀에 다다른 모양이다.

원래 '촉잔도(蜀棧圖)'는 중국의 서촉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마주치는 절벽과 계곡들을 장대하게 펼쳐놓은 작품을 말하는데, 8m에 달하는 심사정의 또 다른 '촉잔도'가 간송미술관에 전하고 있다. '촉잔도'의 험준하고 굴곡진 행로를 인간의 인생길과 비유해 그렸다하여 현재 심사정의 인생 뒤안길을 그려낸 '자서전적 산수화'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화면은 원산과 중경, 행차를 그린 근경 사이에 운무를 배치해 행렬 간의 아득한 거리감을 나타냈으며 기물을 그려낸 필선들의 농담 조절과 소재 간의 적절한 포치(布置)로 말미암아 도안을 완성했다.

현재 심사정은 겸재 정선, 공재 윤두서와 함께 '조선의 삼재(三齋)'로 통하는 조선시대 대표적 화가로, 화면 구성의 묘와 문인회화의 정갈한 멋을 고스란히 갖춘 이 작품은 그가 남긴 회화 중에서도 그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심사정은 겸재 정선의 문하에서 그림을 공부했고, 뒤에 중국 남화와 북화를 독학해 새로운 화풍을 개척하며 18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혔다. 1748년(영조 24년) 모사중수도감의 감동관으로 뽑혔으며 그림은 화훼, 초충을 비롯해 영모와 산수 등 모든 화목에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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