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사단법인 '나눔과이음' 이사장
사회적 약자에 법률서비스 제공.. 탈북 대학생 장학금.멘토링 지원
사회적 약자에 법률서비스 제공.. 탈북 대학생 장학금.멘토링 지원
"법률가에게 윤리는 가장 기본이고 윤리 없이 법조계가 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조계의 과잉경쟁이나 법조비리 문제 때문에 윤리를 좀먹고 있습니다."
김용담 전 대법관(69.사법연수원 1기.사진)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법조계의 비윤리적인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10년 37년 이상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표변호사와 함께 사단법인 '나눔과이음' 이사장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나눔과이음'은 세종에서 만든 공익법인으로 2014년 사회 소수자를 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김 전 대법관이 법관생활을 마치고 프로보노에 매진한 이유도 법률가의 '윤리'와 무관치 않다. 프로보노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재능을 살려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김 전 대법관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영리활동의 목적을 가진 것만은 아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공익적 관점이 직업윤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변호사 업무가 돈과 연결되면서 공익적인 것은 사라지고 돈만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법률가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법률가는 자기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인권보장과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눔과이음'은 사회통합을 목표로 법률자문 외에도 교육, 기금지원 등 폭넓은 공익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이주노동자 관련 공익소송, 탈북민 지원사업, 보호관찰대상 청소년 멘토링 등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2007년 법무법인 세종 소속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참여한 공익활동단체인 '세종사랑나눔회'에서 시작해 '나눔과이음'을 설립하면서 공익활동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특히 탈북민에 대한 장학금 사업을 '나눔과이음'의 큰 성과로 꼽았다. '나눔과이음'은 탈북 대학생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변호사들과 일대일 변호사멘토링을 맺었다. 올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탈북민 학생을 선발해 등록금의 절반을 졸업 때까지 지원하고 법무법인 세종의 인턴 기회를 별도로 부여할 예정이다. 김 전 대법관은 "단순히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을 떠나 탈북민 학생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전 대법관은 여전히 법조계의 공익사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미국 로펌 프로보노의 경우 매출액의 3%가량을 정해 공익사업에 매진한다. 한국은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특히 로펌이 기업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윤리적 판단도 선행할 필요가 있다. 의도치 않게 사건 수임 상대방이 소수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보노의 정의 또한 한국은 '자선'에 가까운 경향이 있어 좀 더 직업인으로서 변호사의 공익 실현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법관'이라는 신분 때문에 은퇴 이후 공익활동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 대해 "법률가 업무의 본질이 인권옹호, 사회정의 실현과 같은 법조윤리이다. 따라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만큼 높은 정도의 윤리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타당하다"며 "그러나 법률가로서 본연의 전문성을 살려 공익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법률가가 법률가로서 어떻게 마무리를 잘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률가 개인에게 맡겨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법관은 프로보노의 확장이 법조계의 윤리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법조계의 윤리 회복을 위해서는 법조인 개인의 소명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법관은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 법조계 비리도 한 축을 차지했다. 법조계에 직업에 대한 소명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제도개선이나 처벌 강화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법조계 종사자들이 자기 스스로 공익은 무엇이며 어떤 법조인이 되어야 할지 계속 되물어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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