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불안한 '오일달러'부국 사우디···아람코 뉴욕증시 상장 등 재고하나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로 인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대(對) 미국 금융전략을 재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9·11 소송법'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뉴욕증시 기업공개(IPO) 등 미국에 대한 금융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람코는 내년 또는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으며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IPO 장소는 뉴욕증권거래소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지분 5% 가량을 상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IPO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1500억달러, IPO 수수료는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사우디 국영펀드는 지난 9월 미 의회가 '9·11 소송법'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통령 거부권을 기각한 뒤 해당 법안이 미치는 영향과 백악관의 향후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앞서 지난 9월 9일 미 의회는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테러행위 후원자들에 대한 정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은) 위험한 전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나흘만인 지난 9월 28일 재심표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 거부권을 기각하면서 대통령의 법안 서명과 발효를 강하게 압박했다.
현재 미 의회가 산회한 상황에서 이 법안에 대한 결정은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에게로 넘어갈 예정이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법안이 내 책상에 도착했을 때 서명할 것"이라며 해당 법안을 강력히 지지해왔기 때문에 법안 통과는 유력하다.
사우디측은 해당 법안이 발효될 경우 미국 내 사우디 기업들과 사우디 자산이 법적 판단 대상이 되면서 사우디의 미국 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트럼프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내세우며 미국의 원유생산을 늘리는 한편 원유수입을 제한하려는 것도 사우디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동안 "우리의 적과 원유 카르텔로부터 미국의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며 정유와 화학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의 규제를 풀고 환경오염을 이유로 제한해 온 셰일 에너지 등의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사우디 등 아랍 동맹국들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협력하지 않으면 원유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사우디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석유화학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때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에너지장관으로 꼽혔던 해롤드 햄 컨티넨털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가 경계하는 발언을 한 것도 사우디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부문 핵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햄 CEO는 최근 사우디 기업들이 미국에 자체 석유화학 공장을 갖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기업들이 자체 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할 경우 미국산 석유 대신 사우디산 석유를 사용해 미국의 산업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