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잡은 삼성과 LG
'삼성과 LG의 본격 컬래버레이션(협업) 시대가 열릴 것인가.'
삼성과 LG가 '썸(남녀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묘한 관계를 뜻하는 신조어)'을 타고 있다.
'추파'는 삼성이 먼저 던졌다. 삼성전자가 대만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샤프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LG디스플레이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가 문제되자 이번에는 삼성의 차기 스마트폰에 탑재될 배터리도 LG화학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남녀의 관계에 빗대어 보면 아직 두 회사는 '밀당(밀고 당기기)' 중이다. LG도 G5에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소량 탑재했고, 차기 스마트폰 역시 굳이 고객사를 교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OK' 사인을 낸 것과 다름없다.
두 회사의 분위기는 요즘 완전히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삼성 세탁기 파손 논란'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던 회사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앞으로 두 회사의 관계는 더 깊어질 것 같다. 삼성이 지난달 사상 최대 인수합병(M&A) 금액인 9조3000억원을 써가며 명품 전장(전자장비) 오디오업체인 하만그룹을 인수해서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기 전부터 LG는 올레드TV와 헤드셋 등을 하만의 브랜드 중 한 곳인 하만카돈과 협업해왔다. 이 때문에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직후 LG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라면 LG가 하만카돈과 협업을 유지한다고 해도 놀라운 뉴스는 아닐 것 같다. 이들 회사의 무대가 좁은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이동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국내 업체 간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진짜 경쟁 상대는 애플과 구글, 중국 업체들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국내 기업 간 자존심 싸움은 이를 억지로 외면하게 만들었다.
수십만명의 임직원이 매달린 사업에 자존심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안 좋은 과거는 청산하는 게 맞다. 기업 환경이 백척간두에 놓인 상황 탓이 크지만 이 둘은 해묵은 갈등을 뒤로하고 발전적 실용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양사 간 교차거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성사된다면 둘의 관계는 지금의 '썸' 단계에서 '연애'로 발전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정보기술(IT) 및 전자업계 역사상 이만 한 컬래버레이션이 또 있을까.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