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與 분당, 보수를 보수(補修)하는 계기 삼아야
친박-비박 계파 타령 하느니 결별 후 '보수'를 재구성해야
새누리당의 분당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 35명이 21일 오는 27일까지 탈당키로 결의하면서다. 분당행 열차에 동승한 의원 수가 원내교섭단체(20명) 구성요건을 웃돈 것만으로도 보수 여당으로선 초유의 사태다. 지난 총선 전부터 삐걱대던 친박.비박이 끝내 화학적 결합을 못하고 갈라서게 된 꼴이다. 가뜩이나 탄핵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국정이 난파선인 양 표류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집권당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갑판 위에서 우왕좌왕할 바엔 이참에 헤쳐모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 현대사에서 정치적 격변기에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다반사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비박계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등을 아우르는 제3지대 신당설까지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 총장이 한국 특파원단 회견에서 "한 몸을 불사르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내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도 그런 징후다. 우리는 이런 '정치 공학적' 전망의 진위를 떠나 여당의 분당 사태가 보수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돼야 정치사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이 시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위기를 맞을 때까지 보수 여당으로서 제구실을 했는지를 돌아보란 뜻이다. 진보가 좌익.급진과 달라야 하듯 보수도 수구와는 달라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하는 가운데 공동체의 질서를 수호하며 문제점은 끊임없이 개량하는 게 보수의 가치라면 친박.비박은 이를 지키는 데 소홀히 한 점에선 공범 격이다. 더욱이 소통 부족이라는 박 대통령 리더십의 한계를 보완하긴커녕 총선에서 '진박 놀음'으로 보수의 지형을 좁힌 친박의 원죄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보수의 대의를 위해 알량한 계파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할 의지도, 방도도 없다면 '헤쳐 모여'가 새누리당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을 수도 있다. '심정적 이혼' 상태에서 친박.비박 타령을 이어가느니 결별 후 보수를 더 잘 보수(補修)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쪽을 중심으로 결집해 대선에서 심판을 받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는 좌파의 안보불감증이 걱정돼 여당을 지지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