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민원으로 세무조사 실시.. 탈세 발견돼도 세금 부과 못해”
대법 “수집된 자료 위법”
부당한 민원이 계기가 돼 실시된 세무조사 과정에서 탈세가 발견됐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적법한 세무조사로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과세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모씨가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4684만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세무조사는 외관상 세무조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은 세무공무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전형적 사례"라며 "세무조사가 위법하기 때문에 그에 근거해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이뤄진 세금 부과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2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대구의 한 화학제조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서 업체 대표인 김모씨가 직원인 정씨에게 회사 주식 1009주를 명의신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서초세무서는 명의신탁 재산을 증여 재산으로 간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에 따라 정씨에게 증여세 4684만원을 부과했다.
정씨는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며 행정심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이후 세무조사가 민원인의 부정한 청탁 때문에 실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업체 대표 김씨와 부동산 문제로 다투던 A씨가 국세청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이모씨(55)에게 김씨 회사를 세무조사해달라며 청탁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2심은 "세무조사권을 남용해 이뤄진 위법한 세무조사를 통해 수집한 과세자료에 기초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며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다.
[email protected] 조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