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입찰…법 앞에서 평등한 세상 기대"
5년간 실적.수임료 비교해 선임 영업 힘든 변호사들에도 희소식
5년간 실적.수임료 비교해 선임 영업 힘든 변호사들에도 희소식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정세광씨(26.사진)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들은 '입찰'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꽂혔다.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신문과 뉴스를 매일 꼼꼼히 챙기던 정씨는 당시 최대 이슈였던 '법조비리'에 '입찰'이라는 개념을 연관짓기 시작했다. 불법적 법조 브로커가 판치는 법률서비스시장에 '입찰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정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법원을 수차례 찾았다. 하루 종일 방청석에 앉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봤다.
정씨는 이미 대학교 2학년 때 낙타털로 만든 양말을 몽골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팔며 사업을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에 창업을 하겠다는 꿈을 품었던 정씨는 재판을 지켜보며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 최초로 '최고가치낙찰제 입찰' 방식을 도입한 '변호사 선임 플랫폼' 로비드(LawBid)가 탄생을 위한 첫걸음을 뗀 순간이다.
로비드는 지난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뢰인이 로비드에 사건 내용을 올리면 변호사들이 입찰을 하게 된다. 입찰제안서에는 수임료, 사건 핵심사항 분석, 최근 5년간의 승소사례, 수임 후 활동계획, 논문.저서 실적 등이 기재된다. 의뢰인은 제안서를 보고 변호사의 역량과 수임료를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다.
정세광 로비드 대표는 "변호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 내용을 보고 의뢰인이 자신에게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라며 "이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은 의뢰인 입장에서 어떤 의뢰인은 수임료보다는 변호사의 역량에, 또 어떤 의뢰인은 수임료에 더 관심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비드는 의뢰인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변호사가 2만명을 넘는 우리나라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의뢰인을 찾기 힘든 변호사들의 현실도 정 대표는 눈여겨봤다. 법률서비스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의뢰인뿐 아니라 변호사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정 대표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변호사들이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마케팅을 할 수 없어 소극적 영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법률서비스시장이 일부 대형 로펌이나 특정 변호사 위주로 불균형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로비드 플랫폼은 변호사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로비드를 통해 변호사와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호사들의 회원 가입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정 대표는 "젊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중견급 변호사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드는 당분간 수수료 없이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현재 정부의 창업지원금으로 로비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는 정부의 창업지원금으로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저의 꿈과 비전에 공감하는 이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해 보려고 한다"며 "이 플랫폼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정의'가 실현돼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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