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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AI 창궐, 대행체제라도 할 일은 해야

파이낸셜뉴스

역대 최악의 피해 속출.. 金 농림장관 분발해야

정부가 허둥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5주가 흘렀지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역대 최악이라던 2014년 피해를 웃돈다. 닭과 오리, 메추리 등 농장에서 기르는 날짐승 2000만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생매장됐다. 그 바람에 계란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이대로 가면 계란을 주원료로 쓰는 빵.과자 값도 들썩거릴 것 같다. 정부는 급한 마음에 미국.캐나다.호주 등 외국에서 비행기로 계란을 긴급 수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에선 코웃음을 친다. 관세를 내려도 비싼 항공운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계란 수요에 비해 수입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대응력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AI는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올해까지 아홉 번 AI가 창궐했다. 사실상 연례행사가 된 꼴이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지난 13년간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껏해야 조류독감이라는 명칭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고 병명을 조류인플루엔자(AI)로 바꾼 게 기억에 남을 뿐이다.

철새 핑계를 대는 버릇은 여전하다. AI를 일으킨 주원인이 철새라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철새가 몰고온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국내 가금류 사육 환경은 '닭장'이라는 말 속에 다 들어 있다. 축산농가는 수익을 위해 닭과 오리를 비좁은 곳에서 키운다. 농장 간 거리도 짧다. 그러니 한 마리만 병에 걸려도 해당 농장은 물론 주변 지역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계란 수거를 위해 외부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도 문제다.

농장주의 위생의식도 짚어볼 대목이다. 정부는 살처분 피해액의 100~80%를 보상한다. 높은 보상률은 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작년 겨울부터 이른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AI가 처음 발병한 농가는 80%, 두번 발병하면 60%, 세번 발병하면 20%만 보상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이 제도가 힘을 쓰지 못했다. 정부는 향후 이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AI는 하필이면 탄핵 정국과 겹쳤다.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 의심 신고가 처음 들어온 지난달 중순께 정국은 3차 촛불집회로 들끓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정부는 초동대처 타이밍을 놓쳤다. 언론도 AI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 그나마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온 것은 이달 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을 시작한 뒤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싹 고삐를 죄어야 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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