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與, 추경 속내는 ‘대선 민심잡기’..정부는 즉답 회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탄핵심판 빨라질땐 조기대선 여당 존재감 나타낼 필요성
정부 "내년 2%대 성장 관건" 긴축기조 본예산 비판 대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와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와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여당이 정부에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에 신중한 답변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하강 우려가 크다는 것이 추경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논리이지만 기획재정부는 '당·정 2월 추경 합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내년도 예산안 집행과 관련, 구체적인 그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편성 논란이 벌어지는 건 본예산이 사실상 '긴축 기조'로 편성한 탓이란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2월 추경 속내는?

23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어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예산을 1.4분기(1~3월)에 30% 이상 조기집행하고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 뒤 당정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히고 "예산 조기집행만 갖고는 내년 경제전망이 썩 희망적이지 않다"면서 "세수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추경도 내년 2월까지 편성해달라고 당에서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2017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집행할지 여부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여당이 추경부터 요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입이 예상보다 큰 폭 늘었고 재정상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이유로 추경을 주장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명확한 시점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2월 추경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에는 경기 하강 우려 외에도 특별한 속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예상보다 일찍 나온다면 '조기대선'이 불가피한 탓에 새누리당으로선 '돈을 풀어서라도 민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김무성, 유승민 등 비박계 의원들의 탈당이 지속되면서 불거질 수 있는 '여당의 무위론'을 조기에 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집단 탈당'을 결의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신당의 명칭은 당분간 '개혁보수신당'(가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즉답' 회피하는 정부

다만 새누리당의 '강력한 요청'에도 정부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당에서 강하게 요청하니 검토는 해보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총리는 기재부 내부에도 추경과 관련, '입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새누리당의 요청처럼 당장 2월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셈이다.

실제 유 부총리는 지난 14일 1년여 만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요한 것은 내년 1.4분기 상황이다. 내년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년 어려우니 미리 추경하자고 판단할 수 없다"며 "상황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경기대응도 해보고 그래도 필요하면 그때 판단할 문제"라고 못 박기도 했다.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그는 "(내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이 불가피하거나 2.5%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며 "내년 1.4분기가 지난 뒤 판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 4, 5월쯤 성장세가 부진하다고 예상되면 추경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본예산이 통과된 지 이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추경에 대한 주문이 제기되자 일각에선 사실상 '긴축 기조'로 편성한 정부의 본예산 편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처음부터 '확장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면 추경 논란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2017년 예산안 기준 정부 총지출은 400조5000억원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재정지출이 400조원 벽을 돌파해 '슈퍼 예산'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올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 386조4000억원에 비해 불과 3.7%(14조1000억원) 증가한 수준에 불과했다.

[email protected]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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