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연말 음주운전 백태.."경찰이 이래도 돼?" 엉뚱한 호통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23일 밤 11시께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11시께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단속에 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이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단속에 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길게 부세요. 더더더더더더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밤 11시께 서울 영등포 로터리 인근에서 붉은색 야광봉을 든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센터 소속 경찰관 5명이 음주운전 단속에 들어갔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 때문에 두꺼운 외투와 두겹의 장갑으로 중무장 해봤지만 체감온도 영하 6도의 날씨는 잠시만 서 있어도 눈이 시릴 정도였다. 차가 섰다가 출발할 때마다 내뿜는 매캐한 매연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속 경찰관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비아냥거림과 폭언이었다.

■핑계도 가지가지 "대리가 안잡혀서"
단속을 시작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음주운전자가 단속에 걸렸다. 지인들과 맥주 4잔 정도 마셨다는 회사원 김모씨(56)의 혈중 알콜농도는 0.066%. 김씨는 면허정지 기준인 0.05%를 넘어 100일 면허정지를 받았다. 김씨는 담배를 태우며 "내가 면허정지 수준이냐"며 "차를 몰고가면 안되느냐"고 경찰에 묻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의 지도아래 대리운전 기사가 오고나서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김씨가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1시22분께 나강일 경위가 수상쩍은 차량을 발견했다. 음주운전 단속이 벌어지는 현장을 보고 멀찌감치 차를 도로변에 주차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려던 40대 남성을 붙잡은 것이다.

회사원 황모씨(47)는 "방금 전까지 여의도에서 회사 송년회 때문에 와인을 몇 잔 마시기는 했다"면서 "연말이라 그런지 대리기사 섭외가 너무 어려워 운전대를 잡았다"고 실토했다. 음주측정기로 측정한 황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057%. 앞서 김씨와 마찬가지로 100일 면허정지를 받았다. 음주측정기의 측정이 의심될 경우 체혈을 해도 된다는 경찰의 고지에 황씨는 '괜찮다'며 대리기사를 불러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현재 영등포경찰서는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운전자들을 잡기 위해 도주차단 장비 '스토퍼(stopper)'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철골조 삼각뿔과 봉으로 이뤄져 삼각뿔이 차량 아래로 굴러 들어가 앞바퀴를 띄움으로써 도주를 막는 원리다. 나 경위는 "음주단속 현장은 워낙 변수가 많아 단속경찰관의 안전 확보도 중요하다"며 "도주하는 운전자를 무리하게 잡기보다는 우선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차후에 주소를 확인, 검거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측정 거부 천태만상 "면허증 없다" "고발해라"
음주단속은 밤새 한 장소가 아니라 30분~1시간 간격으로 이동하는 '스팟이동식 단속'으로 진행됐다. 이날 11시48분께 다른 단속 장소로 이동을 준비하려던 찰나 단속현장 인근 골목에서 정차하고 있던 BMW차량을 김정철 경장이 발견했다. 해당 차량 운전자 박모씨(58)는 옅은 술냄새를 풍기면서 "나는 음주운전 하지 않았다, 이 양반들아! 단속을 할 상대가 있고 안 할 상대가 있는 거다.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라"며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김 경장이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박씨가 2~3m가량 주행한 영상이 확인됐다.

이에 김 경장은 박씨에게 음주단속에 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박씨는 "아~ 젊은 양반이 참 갑갑하네. 대한민국 경찰이 이래도 되는거야?"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박씨는 경찰의 면허증 제시 요구에도 "면허증 없다. 고발하려면 고발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렇게 실랑이 하기를 40여분, 경찰은 10분 간격으로 3차까지 음주운전 단속에 응할 것을 요청한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고지했다.

결국 박씨는 24일 0시38분이 돼서야 음주측정에 응했다. 1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이던 박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023%로 '훈방조치'에 해당됐다.

김 경장은 "처음부터 음주단속 요청에 응했으면 오래 시간을 끌지 않고 좋지 않았겠느냐"며 "안전히 귀가하시라"고 끝까지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나 경위는 단속 현장을 마무리면서 "연말이라 회식이 많아 새벽 6시까지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시간대를 중심으로 매일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더러 시민들이 흥분한 상태로 불만을 털어놓을 때가 있지만 단속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법적 절차에 맞춰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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