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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벌써 추경이라니 … 나라 재정이 이래서야

파이낸셜뉴스

대선 앞두고 정치권 불지펴.. 세금 이렇게 막 써도 되나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주 "1분기에는 추경 편성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당정협의에서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성장률이 2%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우리는 정치권의 상습 추경에 우려를 표시한다. 만약 내년에도 추경을 짜면 3년 연속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론 여섯번째가 된다. 추경은 예산이고 예산은 곧 세금이다. 새해 예산안을 채 집행도 하기 전에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나서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채를 찍어 재원을 마련해도 결국은 납세자 몫이다. 더구나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한 슈퍼예산이다. 추경은 적어도 1.4분기 성장률 지표 등을 살펴본 뒤 검토해도 늦지 않다.

우리는 추경 논의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에 주목한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복지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이럴까봐 추경은 법으로 추경을 함부로 짜지 못하도록 했다. 국가재정법은 전쟁, 자연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그 요건으로 규정한다. 엄밀히 말하면 최근 추경은 이 요건에 다 미달한다. 실제 추경안이 집행되는 통로를 보면 더 한심하다. 상당액이 복지로 나간다. 예컨대 지난 9월에 통과된 추경(11조원)은 누리과정 우회 지원용으로 2000억원을 배정했다.

예산 불용액도 고질적인 병폐다. 작년의 경우 쓰지 않고 남은 예산이 16조원으로 역대 가장 컸다. 그해 추경보다 더 많다. 16조원을 다 썼다면 굳이 추경을 편성할 필요도 없었다.

진짜 걱정은 추경의 역효과다. 추경은 환자에게 꽂는 영양제 주사다. 그 덕에 성장률은 0.2~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영양제는 환자를 근본 치유하지 못한다. 오히려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치유의 과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말하자면 추경은 번개탄이다. 잠시 따듯한 듯하지만 이내 꺼지고 만다. 방을 윗목까지 구석구석 오래 데우려면 방구들을 뜯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태생적으로 포퓰리즘에 약하다. 추경으로 확보한 돈을 내년 대선에서 제 쌈짓돈 쓰듯 쓰고 싶어할 게 뻔하다. 정부가 강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관리형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이웃 일본이 반면교사다. 고통 없이 재정으로 쉽게 틀어막으려다 20년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혔다. 경제사령탑답게 유 부총리가 단호히 거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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