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일자리, 얇아지는 지갑.. 늘어나는 건 빚뿐
서민들의 우울한 세밑
고용 불안한데 물가 들썩.. 생계 위해 고금리 급전까지 빌려
굴지의 조선업체에 종사하는 40대 후반 A부장은 암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한파로 추가 감원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퇴직을 대비해 씀씀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물가상승에다 내년 초 자녀 대학입학 때문에 가계부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봉삭감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마당에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주택대출금리 부담까지 겹쳤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다 국내 정치혼란마저 겹치면서 서민경제가 우울한 세밑 칼바람을 맞고 있다. 고용.소비.부채 등 3대 요인이 연말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고용은 막히고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은 급증하는 고용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실업난 위기속에 각종 물가지표도 들썩이면서 소비심리가 자취를 감췄다. 가계의 주요 축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내수시장 악화에 따른 매출격감으로 한파를 맞았다. 고용과 소비절벽이 동시다발적으로 서민경제를 압박하면서 고금리 대출로 몰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고용.소비' 쌍끌이 절벽에 우울한 세밑
고용악화와 소비악화가 연말 서민경제의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취업자는 247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달 전년동월대비 10만명 이상 늘던 추세가 꺾이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30대 그룹의 경우 올 3.4분까지 직원 1만4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30대그룹의 인력 고용규모가 작년 말까지 100만명 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98만명대로 추락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는 추세다. 고연봉을 자랑하던 조선3사도 같은 기간 구조조정 한파를 맞아 6000여명이 현장을 떠났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혁신을 단행 중인 금융권도 인원감축 위기를 맞았다. 280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KB국민은행을 포함해 금융권도 올 연말까지 수천명을 감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내 한계기업의 증가 탓에 내년에도 고용한파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영준 연구위원이 이날 내놓은 '기업 취약성지수 개발 및 기업 부실화와의 연관성'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계기업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4252개를 기록했다. 한계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실업위기와 함께 국내 주요 물가들이 들썩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얇아졌다. 라면.맥주.계란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식료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계란 한 판(30알) 소매가격은 평균 7037원으로 평년(5662원)보다 24.2% 올랐다. 농심은 최근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5.5% 올렸고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는 이달 19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으며, 맥주 출고가와 버스·도시철도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처분소득 악화속 '빚 공화국' 우려
일자리 감소, 물가상승 외에 금리인상까지 3각파고가 밀려오면서 가계부채도 압박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실업과 물가상승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자 급기야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급전을 빌리는 행태가 확산되는 전형적인 생계형 가계들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우선 통계청의 올해 3.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올해 3·4분기에 0.1% 줄어든 셈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은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오름세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규 코픽스 금리는 9월 0.04%포인트, 10월 0.06%포인트, 11월 0.1%포인트 등 석달간 0.2%포인트가 올랐다. 이처럼 고용.물가 불안요인 탓에 1300조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가 빛의 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로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꼽히는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추세가 가팔라졌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롯데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2.7%로 작년 말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email protected] 조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