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신난 월가, 자본 확대 복병에 대비해야
미국 금융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탈규제 정책으로 주가가 폭등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더 큰 악재를 만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정부에서 실무를 맡을 핵심 담당자들이 규제 완화의 대가로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결과 은행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가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으로 검토 중인 후보들이 모두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발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의 상징이었던 도드·프랭크법을 7년여 만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아울러 경제 요직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재무부 장관에 골드만삭스 출신인 게리 콘과 스티븐 므누신을 지명했다. 미 은행주 주가는 금리 인상 및 탈규제 기조에 최근 3개월간 약 20% 급등하기도 했다.
WSJ는 금융기업들이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은행 감독에서 실무를 틀어쥔 연준 부의장 후보들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은행들의 총 자산대비 자본 비율인 레버리지 비율을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별로 위험자산 비중에 따라 레버리지 비율을 설정하고 있는데 최소 비율은 5%다.
신문에 의하면 유력 후보 중 하나인 토마스 호닉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부의장은 레버리지 비율이 최소 10%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BB&T은행에서 과거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존 앨리슨은 지난 7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씨티그룹에 부여된 레버리지 비율(7.4%)을 1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앨리슨 역시 연준 부의장 후보 중 한명으로 최근 트럼프와 만나기도 했다. 앨리슨은 2012년 자신이 쓴 책에서 골드만삭스가 궁극적인 "패거리 자본주의"라며 규제 대신 20%의 레버리지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필수 자본비율이 올라갈수록 사업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 노무라그룹에 의하면 미 금융권 상위 5개 은행이 레버리지 비율을 10%로 맞추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면 현재 12%인 평균 자본수익률이 2018년까지 약 7%로 감소할 수도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JP모간 하나가 새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 1070억달러(약 129조2131억원)라며 지금보다 자본을 40%가까이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할 것이라며 사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