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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붉은군대 합창단

파이낸셜뉴스

땅이 넓어서 그런가, 러시아 음악은 장중하다. 그중에서도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은 묵직한 맛이 일품이다. 1928년에 설립된 러시아군의 공식 합창단이다. 지휘자,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이 다 군인이다. 당연히 연주는 계급장 달린 정복을 입고 한다. 예전엔 '붉은군대 노래 앙상블'이라고 불렀다. '적군(赤軍) 합창단'이라고도 했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진 뒤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알렉산드로프는 초대 지휘자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알렉산드로프를 말한다. 그는 옛소련 국가를 작곡한 음악가다.

합창단은 2차대전 때 맹활약했다. 러시아군이 싸우는 곳마다 위문공연을 다녔다. 그중에서도 '카추샤'가 유명하다. '카추샤'는 1938년에 만들어진 러시아 국민 가요다. 전쟁터에 나간 애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러시아군은 2차대전 때 수십발이 한꺼번에 나가는 다연장 카추샤 로켓포로 독일군을 공격했다. 로켓포 이름은 노래 '카추샤'에서 딴 것으로 전해진다. 카추샤는 러시아 여자이름 예카테리나(Ekaterina)의 애칭이다. 영어로 치면 캐서린(Catherine)을 줄인 캐시(Cathy)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1948년 독일 베를린 공연은 합창단에 큰 전환점이 됐다. 전후 베를린은 미국, 영국, 프랑스와 러시아 4개국이 분할통치했다. 이때만 해도 베를린장벽이 세워지기 전이다.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공연이 러시아 관할구역에서 열렸다. 무려 3만명이 모였다. 합창단은 딱딱한 군가를 줄이는 대신 러시아 민요, 클래식 등 말랑말랑한 곡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이후 '볼가강의 뱃노래' '칼린카' '아베마리아(구노)' 등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노래가 됐다. 군인 아저씨들이 부르는 '징글벨'도 나름 앙증맞다.

합창단을 태운 러시아 군용기가 25일(현지시간) 흑해로 추락해 단원 64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에 파병된 러시아군을 위로하러 흑해 동부연안 소치를 떠나 시리아로 가는 길이었다. 지난달에는 브라질 프로축구팀을 태운 비행기가 콜롬비아 산악에 떨어져 선수 전원이 사망한 적도 있다. 집단이동이 문제다. '붉은군대 합창단'을 추모하는 뜻에서 유튜브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어보길 권한다.

[email protected]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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