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대 현안은 트럼프의 경제정책"..한은, 2017년 글로벌 10대 이슈 선정
내년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꼽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본격화, 미 통화정책 정상화 등 올해 전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이슈들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만만치 않은 충격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8일 한은의 정책고객 및 국제업무 담당자 총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내년 발생할 글로벌 10대 이슈를 선정했다.
■ 미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우려 확산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재정부양 및 규제완화,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워 거시·통상 정책 등에서 오바마 행정부와는 다른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추진할 우선 과제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규제 완화, 비자프로그램 남용에 대한 조사 등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한은은 새 행정부의 재정부양 정책이 순조롭게 시행될 경우 향후 2~3년간 미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하면서도 보호무역·이민제한 등이 재정부양 효과를 제약하고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 중장기적인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호무역 확산은 미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이민제한 역시 장기적인 노동공급 축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다. 향후 보호무역 기조가 여타 국가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교역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EU 결속력 약화될까
올해 브렉시트가 확정되면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정치적 전염효과'가 우려되는 등 EU 결속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내년 영국의 EU 탈퇴협상이 향후 EU 결속력의 향방을 가를 '가늠쇠'가 될 전망이다. 영국과 EU간 협상에서 EU 회원국간 이해관계 불일치로 의견이 분열되거나 영국이 완전한 이민자 통제권을 가지고 동시에 EU시장 접근권 유지에 성공할 경우 EU 결속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중 예정된 네덜란드 총선(3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10월) 등의 결과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은 신흥경제팀 오세윤 조사역은 "EU 체제의 약화는 반세계화·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급격하게 확대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미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주목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향후 경제여건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9월 FOMC에 비해 내년도 인상횟수가 2회에서 3회로 늘어났고, 장기금리도 2.9%에서 3.0%로 상향됐다.
반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금리 수준은 연준 전망에 다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여전히 내년도 2회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는 향후 금융·경제여건, 새 행정부의 정책방향과 효과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 재정부양 정책이 경기 및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는 한편, 달러화 강세 및 시장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전반적인 금융여건 긴축 정도가 커지면서 인상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글로벌 저성장 기조 탈출할까
무엇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 입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글로벌 저성장 기조의 탈피가 절실하다.
우선 경기친화적 재정정책이 강화되고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려는 각 국의 정책적 노력이 지속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미 트럼프 행정부 정책방향과 연준의 금리인상 및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부진 장기화 등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더딘 글로벌경기 회복세와 주요국의 마이너스갭 지속 및 신흥국의 통화가치 반등효과 등을 고려할 때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 미국 통상정책 변화되나
한은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보호무역 기조의 확산,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세계교역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공약의 경우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과 교역상대국의 반발 등을 감안하여 완화될 여지는 있지만 전반적인 보호무역 기조는 한층 강화된다는 전망이다. 특히 무역제재 강화, 환율조작국 지정 등 실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은 선진경제팀 최기산 과장은 "보호무역 강화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대미 수출 규모가 큰 국가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가간 무역연계성으로 인한 간접적 파급효과, 자유무역협정(FTA) 위축 및 보복성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이 세계교역을 더욱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3대 리스크 관리 주목
중국 경제의 리스크 추이도 관심사다. 현재 중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로 과잉설비산업 구조조정, 부동산시장 안정, 기업부채 관리 등 3대 리스크의 관리가 뽑힌다.
실제 철강, 석탄 등 과잉설비 산업 가동률이 60~70%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과 기업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부문으로 유입되면서 대기수요가 큰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중국 정부가 산업구조조정, 한계기업 등의 부채감축 및 부동산 시장 안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러한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내외여건의 불확실성 및 적정 성장세 유지의 필요성 등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주요국 통화정책 비동조화 이어질까
전세계 주요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 가운데 최근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화정책 기조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이 지난 12월 정책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과 유로지역은 최근 통화정책 회의에서 경제여건을 감안,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미국과 일본·유로지역간 성장여건 격차 등을 감안할 때 주요국간 통화정책 비동조화 정도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신흥국의 자본유출이 증가하고 주요국간 금리격차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투기자금의 변동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 신흥경제팀 김태경 과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등으로 미국 정책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 장기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등에 의한 금융긴축 효과 등으로 인해 금리인상이 급격히 빨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 글로벌 교역 개선 여부도 관심사
글로벌 교역은 금융위기후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체인의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2012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흥국의 교역성장률은 지난해 이후 중국의 자체생산능력 제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원수출국의 수입 부진 등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향후 세계교역이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성장과 함께 동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요국의 설비투자 부진, 글로벌 공급체인 약화 및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기조 강화는 국제무역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유가 회복될까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공급과잉 해소에 대한 기대,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12월 중 5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국제유가는 공급과잉 완화에 힘입어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중심의 견조한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합의된 감산 내용이 이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수급균형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셰일오일 증산, 달러화 강세 가능성 등으로 대폭적인 추가상승은 제약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 국제종합팀 오다운 조사역은 "향후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 개선 및 인플레이션 상승이 유발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미·중·일 환율갈등 향방은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증진 등을 위한 미·일간 환율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1월 이후 한·중·일의 달러화 대비 환율(12월26일 기준)은 각각 4.1%, 9.4%, 34.4% 절하됐다. 미국은 지난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중일 모두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상태다.
한은 신흥경제팀 노원종 과장은 "최근 위안화 및 엔화의 약세는 각국의 경제상황의 차이, 미국의 금리인상 등 시장 여건을 반영한 측면도 있어 향후 각 정부의 정책 방향·시장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내년 4월에 발표될 환율보고서의 주요국 환율정책 평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mail protected] 장민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