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건] '복덕방 변호사' 무죄로 법률시장 職域(직역)갈등 증폭
지난 11월 7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은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이날 열린 국민참여재판 때문이다. 방청객에 앉은 공인중개사들은 검사와 변호사 간 공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증인이 나와 피고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하자 한 방청객은 "저러면 안되지. 도리가 아니지"라고 말해 방호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열띤 공방이 끝나고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순간 방청석에서는 일제히 한숨이 나왔다. 재판장을 나서던 한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나상용 부장판사)는 공 변호사에 대해 배심원 의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은 4대 3 의견으로 공 변호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공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매물을 홈페이지에 광고하고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관할구청에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자격이 없는 경우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 등과 유사한 명칭을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 변호사가 설립한 트러스트부동산은 부동산 거래 가격과 상관없이 45만~99만원을 수수료로 받겠다며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공인중개사 단체인 민주공인중개사모임은 공 변호사를 고발해 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의 쟁점은 트러스트부동산이 부동산 중개행위를 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이 사건의 쟁점은 '변호사는 무자격 중개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공 변호사가 자격 없이 중개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공 변호사 측은 "변호사로서 법률 자문을 해준 것일 뿐 중개업을 한 것이 아니다"며 "공 변호사가 중개업을 했다고 보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 변호사는 최후진술을 통해 자신이 한 일은 모두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변호사가 직접 나서서 도우면 소비자들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 일을 하게 됐다"며 "공인중개사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줄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저를 고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법률시장의 직역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부여를 위한 실무연수를 두고 업계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고 4월 대법원이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놓으며 양 직역간 갈등이 재조명됐다. 정부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법률자문권도 갖게 하는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이진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