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에 1兆 과징금] 공정위, 퀄컴에 사상 최대 ‘과징금 철퇴’ 왜 내렸나
모뎀칩셋 독과점 무기로 ‘갑질’.. 7년간 한국서 38兆 벌어
(모뎀칩셋 : 휴대폰 통신기능 핵심부품)
라이선스 계약 유지 안하면 계약상 칩셋 공급중단 가능
상대방 특허는 공짜로 요구.. 공정위, 부당한 계약조항 수정.삭제 시정명령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 퀄컴에 사상 최대 규모와 강도의 제재를 가한 것은 독과점 사업을 무기로 오랫동안 '갑질'을 해왔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점을 무겁게 본 것이다.
실제 퀄컴의 지난 한 해 모뎀칩셋 및 특허 로열티 매출액만 251억달러(약 30조3007억원)로, 우리나라에서 거둔 수익은 20%가량인 50억2000만달러(6조601억원)이다. 공정위가 퀄컴의 법 위반 기간을 2009년 11월부터로 봤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세계적으로 1757억달러(212조1050억원), 한국에서 351억4000만달러(42조4210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한국에 본점을 둔 휴대폰.칩셋 제조사, 한국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제조사 등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만 대상으로 칩셋 제조사 특허계약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된 것만 과징금 대상으로 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2009년 11월부터 7년이므로 관련 매출액을 38조원가량으로 봤다"면서 "퀄컴의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법이라고 판단해 높은 수준인 2.7%의 과징금 부과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년 동안 한국 매출만 38조원
공정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산업은 크게 특허 라이선스, 모뎀칩셋 등 부품시장과 휴대폰시장, 이동통신 서비스시장 등으로 구성된다. 퀄컴은 전체 시장구조의 상부 단계인 특허 라이선스시장과 모뎀칩셋 시장에서 활동하는 독과점 사업자다.
퀄컴은 여기에서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2세대(2G) CDMA와 3세대(3G) WCDMA,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등 이동통신 세대에 걸쳐 최다의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다. 한 기업의 특허가 SEP로 채택되면 이를 침해하지 않고는 제품의 생산.판매.서비스를 사실상 제공하기 힘들다. 따라서 한 기업이 SEP를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관련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공정위가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퀄컴의 SEP 비중은 CDMA 90% 이상, WCDMA 27%, LTE 16% 등이다. 같은 기간 모뎀칩셋 시장 비중도 CDMA 83.1%, WCDMA 32.3%, LTE 69.4%를 차지하고 있다.
신 처장은 "퀄컴은 모뎀칩셋 시장에서 장기간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LTE 기술이 보급된 후에도 CDMA에 후방호환(구표준을 함께 지원하는 것)되는 CDMA-LTE 멀티모드 칩셋을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고사양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도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사업으로 마음대로 '갑질'
공정위는 퀄컴이 이 같은 시장 지배적 지위에서 칼날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이동통신기술이 산업표준에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국제 표준화기구인 국제통신연합(ITU), ETSI 등에 프랜드(FRAND) 확약을 선언했다. SEP 보유자가 프랜드 확약을 선언하면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퀄컴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삼성, 인텔, 비아, 미디어텍 등이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SEP 라이선스를 요청해도 거절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사의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휴대폰사엔 모뎁칩셋을 공급하지 않았다. 만약 라이선스 계약을 했더라도 계약이 이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칩셋 공급을 거절.중단할 수 있도록 사업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동통신 SEP와 기타 특허, 2G, 3G, 4G 등 라이선스를 하나씩 거래하지 않고 묶어서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0개 휴대폰사에 자기의 특허 라이선스를 주면서 상대방이 보유한 특허는 공짜로 요구하기도 했다.
신 처장은 "휴대폰사가 퀄컴의 특허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요했다"면서 "이런 행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전체적으로 퀄컴의 경쟁제한적 사업모델을 완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퀄컴은 이렇게 얻은 힘으로 다시 자신의 칩셋을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하는 '특허우산'으로 활용, 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장악했다. 공정위는 이런 점 때문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보다 지금까지 한 사업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시정명령을 더 중요하게 봤다. 공정위는 모뎀칩셋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할 때 판매처 제한, 칩셋 사용권리 제한 등 부당한 제약조건 요구를 금지하고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계약을 강요하는 계약조항의 수정.삭제를 명령했다. 만약 휴대폰사가 요구하면 기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은 재협상하도록 조치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오래된 관행'이라는 퀄컴의 반박에 대해 "퀄컴은 200개 휴대폰사로부터 자사가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데 필요한 특허를 모두 받으면서 자신들의 것은 주지 않겠다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면서 "이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관행과 정반대의 행위"라고 일축했다.
중국도 퀄컴에 과도한 로열티, 특허 끼워팔기 등을 시정조치하고 벌금 약 1조원을 부과했으며 일본·미국·유럽연합(EU) 역시 퀄컴의 특허 남용 등에 대해 시정조치하거나 조사를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정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