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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퀄컴에 1조 과징금, 통상압력 불보듯

파이낸셜뉴스

공정위 '배짱'은 평가하지만 FTA 재협상 빌미될까 우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통큰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28일 미국 통신용 반도체 회사인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동시에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꾸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은 공정위 역사상 가장 큰 액수다. 당연히 퀄컴은 반발했다. 시정명령엔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소송도 제기할 태세다. 통신용 칩셋 시장의 일인자인 퀄컴이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시장 논리만 보면 공정위의 판단이 옳다. 특허에 강한 퀄컴의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삼성.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오랫동안 퀄컴에 끌려다녔다. 휴대폰 한 대를 팔면 판매가의 3~5%는 로열티로 나갔다. 칩이 아니라 휴대폰 판매가에 로열티를 매기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그래도 대안이 없어 퀄컴이 하자는 대로 했다. 독과점은 시장경제의 최대 적수다. 공정거래 당국은 바로 그 독과점을 허물기 위해 존재한다. 공정위는 제 할 일을 했다.

문제는 통상마찰이다. 공정위는 공정한 절차를 밟아 퀄컴을 징계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통상전쟁에 비춰보면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미.EU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한 사건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올해 8월엔 EU가 애플에 130억유로(약 16조원) 벌금을 물리자 바로 다음달 미국이 도이체방크에 140억달러(약 17조원) 벌금으로 응수했다. 구글이 EU 경쟁법을 위반했는가를 놓고도 미.EU는 맞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미.중 간 기싸움도 한창이다. 최근엔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할 것인가를 놓고 장군 멍군을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대중 강경파를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 초대 위원장에 임명해 전열을 갖췄다. 중국은 자국 내 GM 합작법인에 수백억원 벌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국제 통상전쟁은 흔히 짙은 정치색을 띤다.

퀄컴은 공정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합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대선 때 "한.미 FTA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킬러"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에 퀄컴 건은 호재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 이뤄진 공정위의 대담한 결정이 흔들림 없이 이행되려면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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