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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전환 골든타임] 법 해석·적용 혼선 속에서도 점차 자취 감추는 ‘부정 청탁’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1 17:59

수정 2017.01.01 17:59

‘투명사회로의 도전’ 김영란법 시행 3개월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 “공직자들 민원전화 사라져”
외식업.화훼농가 매출 줄고 소비심리 위축 등 부작용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3개월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갑'이 '을'로부터 대접을 받는 것을 당연시했던 '접대문화'가 상당 부분 사라졌고, 공직사회에 공짜손님.만찬.선물이 퇴출됐다. 공무원들은 밀려드는 청탁을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공직사회를 넘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각자 돈을 내고 식사를 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급속도로 자리잡았다. 김영란법이 대한민국이 투명사회로 가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공공기관과 사회 곳곳에서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혼선은 여전하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바뀐 대한민국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2017 대전환 골든타임] 법 해석·적용 혼선 속에서도 점차 자취 감추는 ‘부정 청탁’

[2017 대전환 골든타임] 법 해석·적용 혼선 속에서도 점차 자취 감추는 ‘부정 청탁’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서초동의 한 중식당에서 때아닌 소란이 벌어졌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했는데 김영란법에 따라 1인당 1만3900원씩 더치페이를 했기 때문이다. 오찬 참석자 50여명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서서 계산에만 20분 넘게 걸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김영란법 이후 사라진 민원

국내 문화 관련 대기업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이모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줄어든 민원을 꼽았다. 이씨는 그동안 공직자 등에게서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 전화를 받았다. 공연 티켓부터 관련 상품의 할인 등 민원 종류도 다양했다. 이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로는 민원 전화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업의 관리를 위해 마련된 술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다"며 "정책 개발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부담스러운 식사자리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김영란법 때문에 어렵다고 하면 대부분 수긍한다"고 덧붙였다. 은밀한 청탁이 줄어든 데 따른 여론의 지지도 높다.

■외식업.화훼업 등 피해 속출…불명확성 혼선 여전

하지만 외식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김영란법은 야속하기만 한 게 현실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저녁 모임이 줄면서 혼자 집에서 식사와 술을 즐기는 혼밥.혼술족이 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전후 국내 외식업 매출은 24.9% 감소했다. 연구원이 전국 419개 외식업체를 표본조사한 결과 김영란법으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한 식당주인은 전체의 68.5%에 달했다. 85% 이상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화훼농가나 농.축산업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영란법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법의 불명확한 규제조항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법조계는 김영란법이 14가지 구체적인 부정청탁 유형을 열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 해석 여지를 너무 폭넓게 열어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종전 법 조항과 충돌이 빚어지는 것도 김영란법의 모순점으로 지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계기관들이 법원 판례가 쌓이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법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허점투성이로 법을 만들고 판례를 지켜보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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