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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김현회 스포츠니어스 대표 "놀이·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져"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03 18:48

수정 2017.01.04 12:42

[fn이사람] 김현회 스포츠니어스 대표 "놀이·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져"


축구 전문매체인 스포츠니어스 김현회 대표(사진)의 원래 전공은 작곡이다. 음악적 재능은 꽤 인정받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어딜 보나 '축구전문가'로 볼 수 있을 만한 이력은 없다. 우선 체격조건부터가 틀렸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근육질과는 거리가 있는 몸매를 가졌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 차는 실력'도 사실 별로인 것 같다.
몇 년 전 3부리그인 K3리그 선수로 기용되기도 했지만 딱 한번 공을 만져보고 교체됐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사람의 전언에 따르면 "4분30초 만에 딱 한번 공을 잡긴 잡았는데 갑자기 넘어져 부상을 입고 곧바로 교체됐다"고 한다.

"드리블을 하려고 했는데 발이 꼬였다"라며 머쓱해하던 김 대표는 "내가 축구선수로는 자질이 없다는 것이 명백히 입증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축구심판 자격증 취득에 도전한 적도 있다. 축구 경기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해 볼 만한 도전이었지만 아쉽게도 체력이 딸려서 탈락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축구 칼럼니스트를 거쳐 전문매체를 창업하게 된 것은 순전히 서포터스 활동 때문이다. 지역연고가 있는 축구팀을 응원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축구 전문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하도 응원을 열심히 다니다 보니 내셔널리그 사무국에서 명예기자를 시켜주더라고요.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저한테 글을 쓰는 재능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그가 사랑했던 팀은 2000년대 2부 리그였던 내셔널리그(현 K리그 챌린지) 소속이었던 '고양 국민은행'이었다. 2부 리그 소속이기는 했지만 국민은행 축구팀은 내셔널리그의 최강자에 속했다. 실제로 1부 리그로 승격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서포터스들이 열광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1부 리그 승격을 거부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시즌 시작 전에는 "우승하면 승격하겠다"라고 약속까지 해놓고 나중에 말을 뒤집었다고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서포터스들이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승격운동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심지어 경기장에 난입해 항의시위까지 벌였지만 욕만 얻어먹고 쫓겨나야 했다.

"억울했는데 힘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기자가 될 기회를 얻었고요. 얼마 뒤에는 포털사이트에 '골 때리는 축구'라는 제목으로 전문칼럼을 연재하게 됐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연재한 그의 칼럼은 순식간에 그에게 수많은 열성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안겨줬다.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최강희 대표팀 감독에 대한 뒷담화를 늘어놓았다는 사실을 처음 폭로했고, 군 복무를 미루려 했던 박주영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축구 좀 한다는 사람치고 그의 칼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튀는 문체로 다양한 소재를 축구와 버무려 내놓는 그의 칼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원고지 위에서 누군가가 축구공을 차며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이 떠오른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등 방송가를 종횡무진으로 휘젓던 그는 지난해 자신의 회사인 축구 전문매체 '스포츠니어스'를 창업했다. 어엿한 사장님이 된 것이다. 자본금은 아직 미천한 수준이지만 직원도 몇 명 고용했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처럼 놀이에서 시작한 일이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된 데 이어 창업의 밑천까지 된 셈이다.


김 대표는 "축구는 일상이고 칼럼은 놀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입만 열면 축구 이야기뿐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축구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그냥 축구뿐인 사람'이라는 것.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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