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 강남 노른자위, 토지 매각 및 주택 개발 추진
8일 강남구청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논현동 40 1만3161㎡ 부지에 아파트 2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지역은 논현동 가구거리 뒤편으로, 지하철 학동역, 학동공원 등과 가까워 강남의 노른자위로 통한다. 부지에는 현재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다.
40년간 잠잠했던 이 지역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근 토지 매각 및 학교시설 용지 폐지가 추진되면서다. 해당 부지 소유자였던 한양대 설립자 고(故) 김연준 박사의 부인은 2014년 부지를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기부했다. 이어 지난해 4월 27일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로고든이 마스턴제19호논현PFV주식회사를 통해 945억3000만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새로운 소유자는 부지를 개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난해 말 강남구청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주민제안을 했다. 학교용지 해제를 위해 기부채납을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토지의 일정 비율 이상을 기부채납하면 학교용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 개발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안젤로고든 측은 1만3161㎡ 부지 중 1만1481㎡에 중대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기부채납하는 나머지 토지 1680㎡에는 공립어린이집, 체육·문화시설, 북카페 등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청사를 짓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인근 학교 없어 장거리 통학”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연히 학교가 들어설줄 알고 40년간 기다렸다는 주민들은 “갑자기 아파트 건축이 웬 말이냐”며 시행사와 강남구청을 비난했다.
지난해 11월 29일 강남구청에서 마련한 주민설명회 이후 논현1동 주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580여명이 반대서명에 동참했고 지난달 21일에는 항의집회도 가졌다. 주민들은 “인근에 중학교가 없어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먼거리로 통학시키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강남구청은 학생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지을 수 없다지만 학교가 없기 때문에 학생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실협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주민들은 마스턴제19호논현PFV주식회사라는 시행사 설립일이 지난해 6월 3일인데 시행사가 한양학원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짜는 그보다 전인 4월 27일인 점을 문제 삼았다. 학교용지 해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강남구청과 사전 교감이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주민 대표 측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이익만 챙기고 떠날 것이 뻔한데 왜 거기에 동조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주민들 의견을 듣고 아파트 개발 계획을 철회, 꼭 학교를 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양측 입장 듣고 조율 중
강남구청은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자 찬반 양측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업 허가권은 서울시에 있지만 중간에서 주민들 의견을 듣고 있다”며 “시행사가 아파트 개발 계획을 제출한 것일 뿐 기부채납이나 학교용지 해제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민 의견도 있고 법적 요건과 절차를 갖춘 사유재산에 대해 일방적으로 권리행사를 막을 수도 없다”며 “찬반 양측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jun@fnnews.com 박준형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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