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권한대행 서한외교 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첫 관계설정에 나선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라며 "이번 축전은 과거와 비교해볼 때 실질적인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양국 대통령간 축하전화를 나누겠지만 대통령 직무정지와 권한대행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 전화통화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간 약 10여분간 한 차례 통화는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와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100%동의한다"고 답한 바 있다.
통화를 대신할 축전은 단순한 축하 메시지 차원이 아닌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방향, 북핵공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을 전하는 '서한' 형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만큼 수석 비서관들이 황 권한대행을 잘 보좌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8일 워싱턴을 방문했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출국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지명자 취임 초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외교가 미·중·일 3강으로부터 소위 '동네 북' 신세가 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의 '서한 외교'가 신임 미 대통령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유세기간 한국에 대해 안보무임승차론을 제기하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앙"이라며 미 대선후보로는 전에없이 한국 때리기를 했다.
한국이 서한을 준비중인 현재 미·일은 오는 27일께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트럼프 빌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타전시키며 미·일 관계 중요성을 재확인시킨 바 있다.
최근 외교현안에 대한 황 권한대행의 '소극적' 행태도 과제다.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으며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켰으며, 양국 경제라인에서 논의 중인 통화스와프 논의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전날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에 따라 10억엔의 돈을 냈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는)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다"라고 언급,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압박했다.
이에 대한 황 권한 대행의 대응은 '침묵'이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이 외교 공백기라는 점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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