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손정의, 마윈 그리고 트럼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1 16:57

수정 2017.01.11 16:57

[차장칼럼] 손정의, 마윈 그리고 트럼프

두 사람은 닮았다. 첫째,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이다. 둘째, 기회를 잡는 감각이다. 특히 인수합병(M&A)에서 남다른 '촉'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이다. 둘 다 1세대 기업인이다.
손(1981년)이 마(1999년)보다 창업 선배다. 지난 2000년 손이 투자자금을 유치하려는 마와 마주앉은 지 6분 만에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 투자를 결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 덕에 손은 2014년 알리바바의 나스닥 상장으로 700억달러 이상의 수익(지분 32.4%)을 냈다(이 자금은 손이 지난해 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35조원에 인수하는 종잣돈이 된다. ARM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두뇌 격인 반도체 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다). 손이 했던 대로 마도 생채인식(미국), 증강현실(미국), 전자상거래(인도), 모바일 검색엔진(이스라엘) 등 전 세계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셋째, 상황판단이 기민하다는 점이다.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한 달 간격으로 손과 마는 도널드 트럼프를 만났다. 명분은 트럼프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미국 4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대표로서 손은 트럼프에게 "미국 스타트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500억달러'는 손이 이끌고 애플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참여한 1000억달러 펀드의 절반에 해당한다. 미국 당국의 반대로 T모바일 인수에 실패(2014년)했던 손이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마도 트럼프를 만나 '통 큰' 약속을 했다. "미국 중소기업과 농민들의 제품 판매를 지원해 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중국과의 통상을 강하게 압박하자 마는 미국 내 사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알리바바를 위조품을 유통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린 일이다. 마는 미.중 경제마찰, 보호무역의 표적을 피해야 한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위기감의 반증"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세계 통상의 틀을 뒤엎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수석칼럼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인이 발언의 진실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알고 있는 것은 세계가 위험하고 우리는 거기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손과 마처럼 재빠르지 않더라도 급변하는 환경에 한국 기업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소식은 재벌 3세의 음주행패나 기업인의 정경유착과 같은 도덕적 해이다.
미국과 선제적으로 접촉하고 대응책을 찾아야 함에도 내부 문제에 갇힌 우리 꼴이 안타깝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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