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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빠지기 쉬운 함정, 여론 ·실적 압박 뿌리쳐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와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요약하면 뇌물공여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대가로 최순실 모녀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위증은 작년 말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죄을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도 재벌 총수도 예외일 수 없다. 특검은 11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했다. 특검은 그 안에 최순실씨와 삼성 측이 주고 받은 e메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이 있는 듯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결정되면 특검의 칼끝은 최종목표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현 시점에서 특검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그 이유는 자칫 특검이 공명심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 나라 최고 권력자와 최대 재벌 총수다. 누구라도 평정심을 잃기 쉽다. 검찰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은연중 작용할 수 있다. '특별'검사답게 검찰보다 뭔가 하나라도 더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특검팀은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기우이겠지만 표적수사, 과잉수사, 짜맞추기수사 가능성은 단 1%도 끼어들어선 안 된다.
지난 1990년대 미국 케네스 스타 검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파헤친 특검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른바 '스타 보고서'는 미 하원이 클린턴을 탄핵하는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는 몇 가지 무리수를 뒀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가 동료 린다 트립과 나눈 대화 테이프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그중 하나다. 트립은 르윈스키 몰래 전화통화를 녹음한 뒤 이를 특검에 제출했다. 테이프엔 르윈스키가 클린턴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탄핵안은 결국 상원 탄핵심판에서 기각됐다. 나중에 스타는 특검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11월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들은…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삼성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놓고는 긍정.부정 양론이 있다. 특검은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이번 사태를 보길 바란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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