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쓰]장애인주차구역 표지 바꾼다고 ‘얌체족’ 사라질까?](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7/01/13/201701131037109850_l.jpg)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단속하기 시작한 지 18년이 흘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얌체 짓'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시께 여의도 ifc 몰 지하주차장을 찾았다. 지하 5층부터 7층까지 설치된 주차장을 모두 살펴봤고, 장애인구역 주차위반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차가능 표지가 아예 없는 차량은 물론, 표지의 유효기간이 기입되지 않거나 유효기간을 발급일로 수정한 차량도 있었다.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기자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시동 걸고 장애인주차구역을 빠져나간 운전자 두 명도 있었다.

이날 저녁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두 곳을 더 들렀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신고 ‘상승세’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애플리케이션에 접수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신고 현황은 해마다 늘고 있다. 전국으로 검색했을 때 2014년 11만 1911건, 2015년 21만 4804건, 2016년 38만 94건이 접수됐다. 올해도 1월 1일부터 12일까지 7539건이 신고됐다.

지난해 서울은 서초구가 1만 551건으로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1위라는 불명예를 입었다. 서초구에 이어 강남구(8481건), 송파구(7438건)가 뒤를 이었다. 강남 3구의 신고 건수 평균(8823건)은 최하위 강북구(1317건)의 6.7배에 달했다.

■복지부, 1월부터 장애인구역 주차표지 변경
보건복지부는 1월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장애인 주차가능 표지를 전면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바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2003년 이후 처음 실시된다. 변경된 제도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관할 주민센터에 새 표지를 신청하고, 기존 주차가능표지는 반납해야 한다.
단, 오는 8월 말까지 홍보기간으로 기존 표지와 병행해 사용 가능하다. 현재 주차가능 대상인 지체장애 하지관절, 척추장애 6급 대상자는 지난 2010년부터 ‘보행상 장애 기준’에서 제외돼 이번 주차표지 교체 시 ‘주차불가’ 표지를 받게 된다.
기존 주차표지에서 변경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장애인자동차표지’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기존 직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뀌며 ‘본인운전용’은 노란색, ‘보호자운전용’은 흰색으로 제작됐다. 또 발급일과 유효기간 중 하나만 적을 수 있었던 방식에서 둘 다 적도록 변경된다.

■주차표지 위·변조 방지 효과 있을 듯, 그러나
기존 주차표지는 발급일이나 유효기간 중 하나만 적도록 돼있는데 부작용이 많다. 유효기간을 적지 않거나 발급일로 수정하는 경우, 홀로그램을 훼손하는 사례가 많은데, 모두 불법행위다. 복지부는 “새 표지는 기존 사각형의 표지와 직관적으로 구분되도록 휠체어를 형상화한 원형으로 변경했다. 그간 위·변조 등 음성적으로 사용되던 주차표지 사용 차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변조 방지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법주차를 차단할 수 있는지는 물음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부착한 차량은 '이 차는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탑승하고 있는 차량입니다'만을 의미할 뿐 '누가 운전하고 있는지, 어떤 시점에 장애인이 타고 있는지'를 규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차표지를 바꾼다고 해서 “(장애인을) 데려다주고 잠깐 댄 거다” “몰랐다” 같은 편법과 이기심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직관적이지 못하다. 핸드폰 앱으로 조회 가능한 RFID, NFC, QR코드, 하다못해 바코드라도 넣었어도 저렇게 무의미한 디자인은 안 나왔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30대 남성 B 씨는 “비용이 들더라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출입할 때 장애인구역 칸마다 번호판 인식 같은 시스템을 설치해 ‘장애인 차량 번호판’을 인식했을 때 가드가 내려가게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냈다.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넓고 길게 바라봐야
단속하고 계도해도 ‘얌체 운전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렵다. 우선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공무원들은 소수가 넓은 공간을 담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차난과 단속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담당기관의 책임이다.
‘배려’와 ‘준법정신 부족’ 등 인식의 부재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지난 10월 한 국회의원들의 의원회관 장애인주차구역 상습 주차가 논란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의 얌체 주차는 꾸준히 이어져 온 문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 18년째. 이제라도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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