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3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대한민국 운전면허가 '불면허'라고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5 09:00

수정 2017.01.15 09:00

13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대한민국 운전면허가 '불면허'라고요?
"미국처럼 간편하게 시험을 보고 합격할 수 있도록 수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라"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직접 지시한 것을 계기로 간소화 운전면허시험이 마련됐습니다. 2차에 걸쳐 간소화된 운전면허시험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습니다. 5년이 지나 다시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입니다.

타 선진국처럼 운전면허취득을 어렵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교통선진국의 운전면허시험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 드리프트에 응급조치..취득하는데 4년 걸리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는 겨울이 6개월 이상이며 연중 눈이 내리는 날이 많습니다. 운전하기 최악의 조건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전 국민이 레이서 수준의 운전 기술을 가지고 있고 할머니들 조차 드리프트로 코너를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눈길·빙판길에서 운전을 해야 하다 보니 드리프트와 유사할 정도의 고도의 운전 테크닉이 있어야만 면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전문학원에서 운전을 배웁니다.

첫 과정에서 기초 운전 기술을 배우는데 이때부터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물이 뿌려진 도로를 달리다가 미끄러졌을 때 어떻게 차체를 바로잡아야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이와 유사한 돌발 상황에서 차량 조작방법과 같은 19가지의 이론을 포함, 1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후 운전 기술을 반복·숙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가상 도로주행과 실제 도로주행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렇게 시험을 치룬 후에 받은 면허는 임시면허입니다. 2년간 2번 이상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금 딱지를 받게 되면 임시먼허는 취소되고 처음 과정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독일은 면허를 취득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3~6개월이 걸립니다. 운전을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전학원을 다녀야하고 취득까지 비용은 약 2000유로(250만원)가 듭니다.

학과교육은 90분씩 14회, 총 21시간에 걸쳐 이론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필기시험은 다지선다로 2~3개 틀리면 바로 불합격입니다. 기능 교육(도로주행)은 기본주행교육과 특별교육주행으로 구분하여 실시합니다. 기본주행교육은 통상 13시간 정도 교육을 받습니다. 특별주행교육의 경우에는 자동차전용 또는 고속도로 4시간. 국도 또는 교외도로 5시간, 일몰 또는 야간 3시간 총 12시간을 의무로 이수하여야합니다.

단순히 운전 기술만 평가 하는 것이 아닌 응시자의 운전태도도 평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 역시 최종 합격하더라고 '임시면허'가 발부 됩니다. 2년 동안 1회만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벌금을 내고 독일교통 안전협의회가 지정한 운전학원이 실시하는 교육세미나에 참석해야합니다. 참석하지 않으면 면허는 취소됩니다. 또다시 법규를 위반하면 교육 세미나 이외에 교통심리 전문가로부터 정신과 테스트까지 받아야 합니다.

호주의 P2 임시운전면허. P1임시면허 소지자가 의무운전기간을 충족하고 위험지각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수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주의 P2 임시운전면허. P1임시면허 소지자가 의무운전기간을 충족하고 위험지각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수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주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4년이 걸리는 나라입니다. 호주는 단계운전면허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정식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 면허가 요구하는 고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단계별 면허 의무 보유기간(연습면허 12개월, P1 임시면허 12개월, P2 임시면허 24개월) 동안 보유하여야 다음 단계 면허에 해당하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연습면허 소지자는 지도운전자 동승 하에 120시간(야간운전 20시간 포함)의 의무운전 연습을 가져야하고 주행시험에 합격해야 다음 단계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P1임시면허소지자는 의무 운전기간을 충족하고 위험지각시험에 합격하면 P2 임시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전자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본 면허를 취득하게 됩니다. 각 단계의 면허는 정지 또는 취소 될 수 있습니다.

■ 한국은 13시간이면 면허 취득 'OK'

지난해 12월 22일부로 운전면허 시험이 개선되었습니다. 장내기능시험은 강화 되었지만, 의무교육시간은 13시간으로 그대로입니다. 시간만 놓고보면 2일이면 정식면허 취득이 가능합니다. 2년에서 4년이 걸리는 타 교통선진국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2016년 12월 22일 개선된 장내기능시험코스 /사진=경찰청 제공
2016년 12월 22일 개선된 장내기능시험코스 /사진=경찰청 제공
장내기능시험의 난이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운전면허취득이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경찰청 운전면허 시험이 강화 된 일로부터 일주일 동안 각 시험과정 합격률을 분석한 결과 장내기능시험 합격률이 30%로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합격률만 놓고 보면 어려워 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세 과거처럼 합격률이 90%대로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지금보다 난이도가 높았던 과거 장내기능시험 운전전문학원 합격률은 91%입니다. 반면 면허시험장의 합격률은 37.8%입니다. 그 차이는 바로 전문학원의 '공식'입니다. 간소화 당시 도고교통공단도 장내기능시험은 면허취소 후 재취득하는 운전경력자도 통과하기 어렵고, 공식을 외우지 않고서는 합격하기 힘들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강화된 시험에 도전한 운전경력자들 조차 탈락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공식을 알지 못하면 경력자들도 쉽지 않다는 방증이겠죠. 결국 장내기능시험이 지금 보다 훨씬 어려운 곡예 수준을 요한다고 하더라도 합격률은 대동소이할 것 같습니다. 학원에선 '공식'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죠.

의무교육시간만 늘리면 해결될까요? 물론 의무교육시간의 증가가 운전기술 체득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안전운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운전전문학원의 교습을 통해 면허를 취득하는 구조에서 의무교육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해야할 수강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외에서는 면허증을 발급받는 데에 철저하고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단계적 운전면허 제도를 통해 초보 시기에 바른 운전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해 미리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데 힘쓰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이 자동차 보험 고객을 첫해 사고 경험이 있는 그룹과 무사고 그룹으로 분류해 향후 5년 뒤의 사고율을 비교해 보니 무사고 그룹의 5년 후 사고율은 37.4%인 반면에 1건 사고 그룹은 48.8%로 나타났습니다.
2건 이상 사고 그룹은 사고율이 61.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의무교육 기간을 늘리고 장내기능시험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안전운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로서의 소양을 기르고 안전운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조성되야 할 것입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