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fn논단]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서둘러야

[fn논단]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서둘러야

지난해 12월 19일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하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이 발표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오랜 기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의결권 행사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주주총회에 경영진에 의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성이 있는 안건이 올라와도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는 가입자나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성실하게 집안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자산을 선량하게 최선을 다해 관리할 의무가 있다. 가입자나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과 행사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본, 홍콩 등 다양한 국가로 확산돼 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게 되면 투자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해 감시활동을 해야 하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용을 투자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경영활동에 대해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일상적 경영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경영의사결정 사항에 관해서는 주주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주주로부터의 모니터링은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음을 고려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의 결과는 긍정적 측면이 더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투자자의 이익보호를 최우선시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자산을 가진 기관투자가일수록 투자의사 결정 및 의결권 행사에 대한 독립성 확보는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된다. 투자결정이나 의결권 행사가 가입자나 고객의 이익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 압력에 의해 왜곡된다면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전가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혹투성이 의결권 행사는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투자자보호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을 서둘러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률에 의해 강제되는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은 자율적 판단에 따라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장에 신속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시장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관투자가의 능동적 참여를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