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英 '하드 브렉시트' 선택… '강대강 전쟁' 시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8 17:28

수정 2017.01.18 22:06

英 "새로운 FTA 협상 EU단일시장 최대한 접근"
EU "체리피킹 브렉시트 절대 안된다" 못박아
獨메르켈 "英, EU 단일시장 접근하려면 원칙 수용해야"
브렉시트 관련 영국·독일 총리 주요 발언
브렉시트 관련 영국·독일 총리 주요 발언

힘과 논리의 전쟁이 시작됐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충돌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리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선전포고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 영국과 EU와 협상이 시작된다. EU는 메이의 계산대로 원하는 것만 챙기는 이른바 '체리피킹 브렉시트'는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강대강 싸움의 예고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완전히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국민들이 지난해 6월에 선택한 대로 '하드 브렉시트'다. 메이는 "부분적인 EU 회원 자격, 준회원국 등 반쪽은 머물고 반쪽은 떠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에 "새롭고 대담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으로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간 브렉시트의 한계로 인식됐던 EU 단일시장의 효용성을 버리겠다는 초강수인 셈이다.

이같은 메이의 '실용적이며 영리한' 브렉시트 전략이 공개되자 EU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또한 강경해졌다. 독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영국의 방향이 드디어 명확해졌다. 그러나 영국이 유리한 것만 취하게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메이의 최대 상대는 EU 종주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은 확고한 원칙론자이다. 독일과 EU의 이익에선 양보없이 원칙을 고수한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메르켈은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상품.서비스.자본.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원칙을 못박았다. 18일 메르켈은 장관들이 모이는 브렉시트협상위원회를 긴급 소집, 독일의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EU 회원국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유럽 단일시장 통합은 독일과 유럽의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외교력과 명분의 전쟁이다. EU의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EU 27개 회원국을 위한 올바른 협상을 하는 게 최우선이다. EU와 새로운 관계는 질서있는 탈퇴 합의가 조건"이라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EU 27개국이 단합해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메이는 이런 EU의 압박을 예상했다. 그는 17일 브렉시트 선언에서 "영국을 처벌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이는 유럽에 재앙을 초래하는 자해가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EU 단일시장을 완전히 떠나겠다"는 강경 카드로 영국에 대한 처벌적 협상에 대해 배수진을 친 셈이다. 결국 협상에서 유리한 키를 쥐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메이는 EU 시장 접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여러 규제를 축소하는 플랜B에 나설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메이는 "영국 경제모델의 근본을 기꺼이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메이의 뜻대로 깔끔하게 EU를 탈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법원 판결, 의회 비준, 스코틀랜드 독립시위 등 여러 난제가 있다. 또 EU 회원국을 비롯 미국 등 주요국과의 무역협정이 말처럼 쉽지않다. 메이가 모델로 삼고 있는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도 협상 타결까지 수년이 걸린다. 브렉시트 협상 2년내 새로운 FTA도 사실상 어렵다.

영국내 '뜨거운 감자'인 스코틀랜드 독립문제도 다시 불거진다. 스코틀랜드는 "메이가 하드브렉시트의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며 제2의 독립 주민투표에 나설 태세다.


영국의 금융허브도 위태로워진다. 브렉시트가 성사되면 런던에 기반을 둔 금융사들은 EU 회원국간의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패스포팅 권리를 잃게 된다.
이런 우려로 상당수 금융회사 및 글로벌 기업들은 런던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