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래도 저래도 기업 때리면서.. 일자리 늘리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8 17:38

수정 2017.01.18 21:54

고용부-30대그룹 간담회
정부 고용 확대 주문에 김영배 경총 부회장 쓴소리
"중간에서 어찌할지 참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와 기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실업자 100만명, 청년실업률 13년 만에 최고라는 '고용한파'를 맞은 정부는 연초부터 일자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대기업에 '읍소'에 가까운 도움의 손길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정국 속 기업인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기업 고용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한 발언은 현재 냉랭한 기업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정부는 올해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일자리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각 정부 부처가 국장급 일자리책임관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자리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제조업 부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대폭 감소하고 있는 최악의 고용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구조조정 영향 확대, 내수둔화 등으로 올해 1.4분기 고용여건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고용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관리 집행대상으로 지정되는 일자리예산 9조8000억원 중 33.5%를 올 1.4분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신규채용 계획(6만명)을 1.4분기에 27%, 상반기 49%가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청탁금지법으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화훼·과수·외식업 등의 발전전략을 늦어도 3월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부문과 협력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올해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기업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 장관은 이날 CEO들에게 "올해 1.4분기에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청년 취업난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30대 그룹의 선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 채용 확대를 주문했다. 실제 대기업(300인 이상)의 올해 1.4분기 채용계획은 3만명으로 지난해 3만3000명에서 8.8%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제 계획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요 대기업 오너들이 줄줄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확장에 따라 불가피하게 채용을 늘리지 않는 이상 채용에 보수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채용 규모가 우리나라 대졸 채용의 상징성을 제시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 삼성이 신규채용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최근에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다수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채용에 보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회사가 어려워도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 채용도 계획보다 많이 늘렸지만 최근 사태를 돌아보면 정부 정책에 이바지해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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