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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오바마 대통령은 욕심쟁이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8 18:31

수정 2017.01.18 18:31

“화이트삭스팬 가운데 최고의 컵스팬” 자평
컵스 108년만에 우승땐 전용기에서 축하 전화
미국은 남과 북이 전쟁을 치른 나라다. 4년의 내전에서 60만명의 미군이 희생됐다. 이는 미군이 참가한 전투 가운데 가장 많은 전사자다. 남북전쟁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과 북의 갈등이었다.

미국은 현재도 남과 북이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 미국 대부분의 도시는 남쪽의 흑인 거주지역과 북쪽의 백인 거주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백인과 흑인의 거주지가 각각 따로따로다.

시카고에는 두 개의 프로야구팀이 있다. 북쪽의 시카고 컵스와 남쪽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다. 컵스는 다운타운 북부의 한적한 주택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담쟁이 넝쿨로 유명한 리글리필드가 컵스의 홈구장이다.

화이트삭스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인근에는 이민자와 흑인들이 몰려 산다. 흑인의 성지나 다름없는 '마르틴 루터 킹 센터'와도 가깝다. 야구장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킹 목사를 기리기 위한 '마르틴 루터 킹 거리'를 건너면 센터가 나온다.

시카고의 흑인들은 화이트삭스 팬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며칠 지나면 아니지만.사진)도 화이트삭스 팬이다. 흑인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영부인 미셸은 컵스 팬이다. 오바마는 스스로 "화이트삭스 팬 가운데 최고의 컵스 팬"임을 자랑스럽게 밝힌다.

사실 양 팀의 팬들은 앙숙지간이 아니다. 1906년 두 팀은 월드시리즈서 맞붙었다. 이후 110년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컵스가 우승하자 화이트삭스 팬들도 좋아했다. 오바마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컵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오바마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을 타고 있었다. 오바마는 하늘에서 곧장 조 매든 컵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해주었다.

컵스는 1870년에 창단된 팀이다. 애틀랜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창설 멤버다. 화이트삭스의 창단 연도는 1901년. 먼저 창단된 컵스가 좋은 자리를 선점했다. 화이트삭스 구장 주변은 왠지 갱스터 무비의 세트장 같다.

컵스 팬들은 전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화끈한 편에 속한다. 경기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보면 술에 취한 채 나무에 묶여 있는 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술 취해 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팬들이다. 술이 깨고 나면 방면해 준다.

컵스는 지난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관례대로면 내년 여름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의 축하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시카고 출신의 오바마가 퇴임 전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급작스럽게 실현됐다.

컵스 선수단은 오바마에게 등번호 44번(44대 대통령이라는 의미) 유니폼을 선사했다. 컵스의 톰 리케츠 구단주 동생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상무부 차관으로 내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초대에 응했다. 대통령 취임 직전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로선 유쾌하지 않는 일이다.
트럼프는 뉴요커답게 양키스 팬이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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