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기술 협력할수록 '판' 커져.. 韓 기업 독자생존 고집 버려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56

수정 2017.01.22 22:16

ICT 공룡들, 글로벌 연합군 만들어 전쟁 뛰어들었는데.. 한국은 아군 확보 소극적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등 공격적 M&A로 기술.인재 선점
국내 대기업 '나홀로'전략 여전.. 홀로 성과 움켜쥐려는 관행 남아
"AI.사물인터넷 등 기술 협력 진화하는 동물같은 제품 만들어야"
"적(敵)과도 동침하라."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화두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짧아지면서 '개방형 혁신'과 '디지털 변혁'이 생존 열쇠로 급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상위 기업 순위가 5년 단위로 바뀔 정도로 초경쟁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사나 다른 업종의 기업등 상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을 파트너로 삼아 생존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체기술에만 의존하면서 경쟁사의 기술을 활용하거나 협력하는데 인색해 글로벌 생존경쟁에 뒤쳐지는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 협력할수록 '판' 커져.. 韓 기업 독자생존 고집 버려라


■"사들이고 파트너와 협력하라"…글로벌 연합군 확대

22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구도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연합군 형태로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아군(我軍)이 많을수록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판단아래, 국경과 업종을 넘어선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공격적인 M&A와 글로벌 제휴를 통해 차세대 기술 및 인재들을 선점하고 있으며, 시스코는 '사들이고(Buy), 개발하고(Build), 파트너와 협력(Partner)'라는 핵심 기조 속에 전 세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른 스마트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에서는 인공지능(AI)과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을 고리로 전통사업 강자들과 ICT 업체 간 융합이 필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융합CP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확인된 것처럼 아마존의 음성인식기반 AI 비서인 알렉사로 대표되는 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ICT 업체들이 자체적인 기술혁신은 물론 가전제품.자동차.의료.로봇 등 다른 산업과 복잡하게 융합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차량공유 스타트업과 동행 나서

과거 자체 연구개발(R&D)에 집중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자였던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는 연합체제를 구축, 오는 2020년 상용화될 예정인 5세대(5G) 기반 차량통신 기술(V2X, Vehicle-to-Everything)과 정밀 지도 분야에서 협력을 선언했다.

또 최근에는 자율주행 기반 소프트웨어(SW) 및 센서 등 '오토 테크(Automotive Technology, 자동차 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 부문에선 '도요타-우버', 'GM-리프트', '폭스바겐-게트' 간 제휴가 이뤄진 것이다. 즉 기술 완성도를 높인 후 서비스 상용화를 이루는 건 초경쟁 사회에서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과의 동행으로 '기술 선점과 서비스 상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인텔-BMW-모빌아이'는 '2020년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개발에 나선 상태다. 각각 반도체와 자동차, 차량 센서.SW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로서 주도권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미국, 독일,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이들 업체는 '오픈형 자율주행차 플랫폼', 즉 여러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내걸며 업체 간 기술 표준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전 세계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연합군을 구축한 셈이다.

■韓 기업들, 아직도 '자체개발'에 목메...개방형 혁신으로 생존전략 세워야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나홀로 R&D 및 서비스 시장 개척'에 목을 메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쟁구도가 복잡해지는 세계적 변화에도 모든 기술과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우물 안 개구리식'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자동차 설계와 생산, 판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정책을 자율주행차에도 적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신임 박정호 사장이 "1등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는 1등과 손 잡아라"며 협력을 최대 경영과제로 제시할 만큼, 통신업계에는 모든 기술과 서비스를 움켜쥐려는 관행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그나마 최근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분야별 선도 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외치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과 기존 시장의 주도권을 무기로 협력업체를 통째로 삼키거나 하청업체 형태로 자사에만 충성토록 하는 관행이 남아있는게 한국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했던 조선.해양 부문과 일반 제조업체들도 성장절벽에 직면한 지금까지 ICT 융합을 통한 디지털 생존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있다는 우려가 높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은 생명력 없는 식물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생존을 위해 발전하는 동물과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AI와 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가진 전문기업들과 협력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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