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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많이 맞으면 타인 감정 못 읽어" <이탈리아 연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5 16:21

수정 2017.01.25 16:2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로 얼굴에 시술해 주름을 없애준다는 '보톡스'가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고등연구국제대학(SISSA) 연구팀은 보톡스 주사를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인의 말이나 얼굴표정에서 감정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미간과 눈가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맞기로 한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인지심리테스트를 실시했다. 슬픔 또는 행복에 관련된 문장이나 얼굴표정을 보여준 뒤 이를 평가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보톡스 시술 뒤에는 시술 전보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동일인임에도 수술을 전후해 평가가 달라졌다.

"친구가 불치의 병 진단을 받았다"처럼 명백히 슬프거나 행복한 문장의 경우는 보톡스 주사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은 자신이 친구의 기분을 낫게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약간 슬픈' 문장이나 감정이 약간 실린 표정을 접했을 때는 보톡스 주사를 맞고 2주 뒤 실시한 테스트에서 이에 대한 감정상태를 훨씬 약하게 평가했다.

또 타인의 얼굴을 보고 '슬픔'과 '행복함' 가운데 감정 상태를 선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명백하게 슬프거나 행복한 표정에서는 보톡스 수술 여부가 선택에 걸리는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약간 슬프거나 약간 행복한 표정에서는 수술 뒤가 선택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연구자들은 이를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체화된 인지란 우리 몸의 감각 또는 행동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슬픈 얼굴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함께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상대가 슬프다는 사실을 보다 확실히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보톡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는데 관여하는 근육이나 웃음을 짓는데 관여하는 근육이 마비될 경우 슬픔이나 행복감에 관련된 자극을 접했을 때 표정근육이 제대로 피드백을 못하게 된다.

때문에 연구진은 보톡스 주사의 인지심리학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독성학분야 국제 학술지 '톡시콘'에 실렸으며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