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상한 식품으로 오인하고 폐기한다. 그러나 실상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열흘 정도 더 두고 먹어도 위생·안전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산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식품은 연간 약 6500억 원에 달한다. 기한이 2~3일 남은 제품을 미리 반품하는 사례까지 합치면 연간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에는 부패되지 않았지만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처리되는 식품이 상당수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식품업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기한(Sell by Date)을 뜻한다. 식약처가 규정한 실험·검증에 따라 식품 사고 방지 차원에서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정도로 설정한다. 유통기한 만료 시점이 반드시 제품의 변질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9~14일이지만 실제 섭취 가능 기한은 45일(개봉하지 않았을 경우)이다. 달걀은 유통기한 경과 후 25일까지 섭취할 수 있으며 신선도가 의심되면 물에 넣었을 때 둥둥 뜨지 않을 경우에만 먹으면 된다.
요거트는 락트산 발효과정을 거쳤으므로 유통기한 경과 후 10일까지 먹을 수 있고 고기·햄은 냉동상태로 유지하면 유통기한 이후 5주까지 먹어도 괜찮다. 냉동만두는 유통기한 이후 1년, 식빵은 냉동 보관했을 경우 기한 후 18일까지 섭취 가능하다. 시리얼의 유통기한은 가장 바삭하게 먹을 수 있는 시기를 나타낸 것으로 개봉 후 비닐팩에 보관하면 3개월이 지나도 먹을 수 있다. 라면은 개봉하지 않았을 경우 6개월까지 섭취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유통기한 경과식품 섭취에 대한 적정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우유는 최장 50일, 유음료는 30일, 치즈는 70일까지 품질·안전상 변화나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중 유통 중인 냉장 빵류 실험에서는 최장 20일까지 소비가 가능했다. 정확히 얼마만큼 먹을 수 있는지는 제조사와 브랜드, 보관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한이다.
현재 한국은 유통기한 단일체계를 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통조림, 김치, 잼류, 가루 제품 등은 2007년 1월부터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미국은 제품에 섭취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 품질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을 복수 표기해 소비자가 여러 사항을 파악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유통기한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과 같이 소비자가 유통기한, 소비기한 등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기한을 병행 표시하면 혼란만 부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2013년 유통기한·소비기한 병행표시 시범사업 및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한 결과,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했을 때 비용 절감효과는 크지 않고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해 기존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joa@fnnews.com 조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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