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달러 굴리는 LSV자산운용 조지프 라코니쇼크 CEO
좋은기업 주식 싸게 사는게 원칙
연준이 두번 올리든 세번 올리든 장기투자 관점에선 별 차이없어
헬스케어株 트럼프발 악재
이미 가격조정 이뤄진 상태.. 역발상 투자 고려해 볼만
변동성 높지만 신흥국 투자 선호.. 낮은 밸류에이션에 성장세 매력
좋은기업 주식 싸게 사는게 원칙
연준이 두번 올리든 세번 올리든 장기투자 관점에선 별 차이없어
헬스케어株 트럼프발 악재
이미 가격조정 이뤄진 상태.. 역발상 투자 고려해 볼만
변동성 높지만 신흥국 투자 선호.. 낮은 밸류에이션에 성장세 매력
"미국의 금리인상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장기투자의 관점에서는 몇 차례 올리든, 언제 올리든 차이가 없다."
미국 LSV자산운용(LSV) 조지프 라코니쇼크(Josef Lakonishok) 최고경영자(CEO)는 1월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고, '인내심'을 최고의 투자 덕목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 투자의 전부"라며 "시장의 타이밍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적정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LSV자산운용의 역사는 지난 1994년 시작됐다.
LSV자산운용의 운용규모는 현재 1000억달러(약 117조원)에 이른다.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신흥국에도 투자한다. 아시아, 중동, 호주 등 전 세계의 고객들을 상대하는데 특히 유럽 고객이 많다. 라코니쇼크 CEO를 제외한 두 창업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복귀해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LSV 만의 투자원칙이 있다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투자원칙이다. 바로 '저렴한 주식찾기'다. 싼 기업을 골라 매입하는 가치 중심의 투자가 기본이다. 투자자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투자가 항상 잘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는 뭔가를 시도하다가 잘 안 되면 못 참고 곧장 다른 길을 찾는다. 복잡하지 않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워렌 버핏의 투자방식을 보라.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 전부다. 다만, 버핏은 매우 참을성이 많은 투자자다. 모두가 증시에서 돈을 뺄 때도 주식을 산다. 우리의 투자도 대체로 이런 방식이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펀드는 가치주 투자가 실패하면 성장주를 산다. 가치주가 반등하기도 전에 팔고 나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흥국 시장이 부진하면 바로 빠져 나와버린다. 자산운용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을 운용하려면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시장의 타이밍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시장, 환율, 산업의 타이밍을 파악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투자자가 많은데 대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은.
▲회계장부 등 수치 자체가 아니라 수치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투자과정은 간단한 공식이 없는 고된 일이다. 투자의 세부적인 면까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회계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출액, 순이익,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이를 쉽게 간과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미국 및 해외 주식시장 전망은.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같은 질문을 했을지 궁금하다. 트럼프는 친기업 성향을 가진 대통령이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의 모든 행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주식에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규제 완화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일부 정책이 좋다는 시각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 참고로 시장은 꽤 똑똑하다. 다만, 어떤 섹터가 수혜를 볼 것인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시장의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트럼프발 약값 인하 우려로 헬스케어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이미 가격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LSV는 금리 등락 같은 복잡한 문제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면 오늘,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천착한다. 향후 몇 달 간 증시가 약세를 보이다 연말에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들리는데 순전히 엉터리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의 자산운용시장을 어떻게 보나.
▲솔직히 한국시장을 무시하지 못하면서도 한국의 자산운용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을 보면 단기성과를 너무 강조하고, 인내심은 부족한 것 같다. 성취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행투자도 마찬가지다. 워렌 버핏이 가장 놀라운 예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한 후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광산기업인 브로크만에 80억달러 규모의 신용을 제공했다. 버핏은 거래대상을 찾고 나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출구를 찾아 도망칠 때 버핏은 행동에 나선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미국의 헬스케어주를 사는 것도 역행투자일까.
▲증시가 하락할 때도 워렌 버핏은 평상시대로 투자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화이자, 머크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걸 영웅적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LSV는 싸면 투자를 고려하는 편이지만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매수하지는 않는다.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헬스케어주 투자를 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트폴리오에서 헬스케어주의 비중을 벤치마크지수보다 10%포인트 이상 늘리고 싶지는 않다. 신흥국 투자에서 실패를 겪는 사람이 많다. 한국 투자시장은 오랫동안 침체를 겪다가 어느새 발전했다. 브라질시장도 예상을 뒤엎고 선전할 수도 있다. "브라질에는 어떤 투자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금융시장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도 업계 종사자의 시각은 너무 극단적이다. 겸허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왜 과민반응 하는지 모르겠다. 10월에 올릴지, 이듬해 1월에 올릴지 주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 수준은 매우 낮다. 열심히 일해서 저금하는 데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공평하다. 경제 자체가 공평성에 대한 논의는 아니지만 일해서 번 돈을 오랫동안 저금했는 데도 수익을 못 얻는다면 문제다. 특히 정부실패로 인한 초저금리 정책이 원인이라면 더욱 문제다. 양적완화는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리는 조금 더 오를 것이다. 이로 인해 재앙이 닥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업의 비용부담은 늘어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절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경험이 있다면.
▲1998~1999년 '닷컴 버블'이 붕괴될 당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초창기 투자경험이 부족해 돈을 맡기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1998년 초가 돼서야 돈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곧장 '닷컴 버블'이 터지난 바람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핵심 벤치마크보다 수익률이 좋지는 않았지만 가치투자 성향의 다른 자산운용사보다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당시 대부분 고객이 시장평균보다 낮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경험이 풍부한 자산운용사도 기존의 투자전략을 버리고,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가치주 투자를 해오다 잘 되지 않자 기술주나 성장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LSV는 이 같은 부담감을 극복하고 기존 투자방침을 고수했다. 만약 닷컴 사태가 2년 더 지속됐거나 2000년 3월 일단락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향후 10년을 보고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고를까.
▲한 종목이나 한 국가에만 투자할 수는 없다. 신흥국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신흥국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주식은 아직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 않고 있다. 족벌 경영 등에 따른 문제로 생각된다. 신흥국 투자 시에는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좋은 수익을 낼 하나의 투자대상을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신흥국의 성장세다. 밸류에이션은 낮고, 거버넌스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유행을 좇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자 중에서는 '증시가 30% 올라 이웃이 이득을 봤으니 투자할 시기가 왔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보다는 주식에 돈을 어느 정도 배분한 후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매수수료를 내면서 시장수익률을 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들이 지나치게 자주 매매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연결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박지애 최승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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