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이하 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국가연기금을 미국내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양국간 경제협력방안 '미·일성장고용 이니셔티브'(가칭)를 마련하고 있다. 이 방안을 오는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안한다.
이니셔티브의 골자는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대규모 교통 인프라·에너지 사업에 일본이 10년간 1500억달러(약 172조원)의 자금을 투자한다. 이렇게 4500억달러(약 516조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70만명의 고용 창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환율, 통상정책에 대한 시비를 원만하게 풀어보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자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조달한다. 미국 정부 및 기업이 인프라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GPIF가 매입한다. GPIF의 운용 자금은 130조엔(약 1330조원)이다. 이 가운데 5%를 해외 인프라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데, 현재 집행 실적에선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도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고속철도 정비 프로젝트에 장기 융자 방식으로 참여한다.
또 일본은 의료·간호용 로봇, 인공지능(AI), 우주 개발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도 미국과 협력을 모색한다. 제3국 인프라 공동투자,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 폐원자로 대책 연구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일본은 환율, 무역불균형 등 트럼프가 시비를 걸고 있는 문제를 논의할 장관급 협의체도 구상 중이다. 양국간 통상정책과 군사·안보협력을 위한 포괄적 대화창구인 셈이다. 일본은 아소다로 재무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미국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참석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목표로 일본 정부는 이날 재무성 재무관을 미국에 긴급 파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 아베 총리는 이날 "환율 문제를 포함해 경제, 무역 관련 양국이 자주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리먼쇼크(2008년) 이후 미국도 양적완화(QE)을 실시했다. 미국이 하고 있는 일을 우리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가 잘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마이너스가 아님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의 예상밖 압박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일본 자동차산업의 불공정무역, 정부의 환율조작 등 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사흘만에 뉴욕으로 가서 만나 양국의 우호를 자신했던 아베 총리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특히 환율조작 시비가 노골화될 경우 통화 완화,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경제부양을 이끌고 있는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위태롭다는 점에서다. 아베 정부는 어떻게든 조기에 트럼프 정부와 강력한 군사·경제적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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