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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TV, 지상파 콘텐츠 없어도 잘 나간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6 17:54

수정 2017.02.07 18:38

VOD 가격 협상 명목으로 지상파, 공급중단 나섰지만 IPTV 자체 콘텐츠로 충분
소비자 불만 목소리도 줄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영향력이 점차 출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지상파 프로그램 없이는 방송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바일 인터넷TV(IPTV)에 실시간 방송 뿐 아니라 다시보기(VOD) 방식의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했는데도 일반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모바일TV 시장의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굳이 지상파 콘텐츠에 목을 메지 않아도 수급할 수 있는 콘텐츠가 급증한데다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글로벌 미디어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또 모바일TV 특성상, 1시간이 넘는 지상파 콘텐츠보다 짬이 날때 잠깐씩 볼 수 있는 짧은 콘텐츠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TV에서 지상파 콘텐츠가 사라졌다

6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바일 IPTV 3사(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VOD 가격협상 불발을 이유로 올레tv모바일과 옥수수, 비디오포털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 모바일IPTV에서 지상파 실시간 채널 공급이 중단된데 이어, 이번에는 TV방영 후 3주가 지난 뒤 무료로 볼 수 있던 VOD까지 중단된 것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들이 무료 VOD 콘텐츠 제공 가격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하는 등 비용 산정을 과도하게 요구해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무료 VOD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과거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가 협상이 이뤄져 서비스가 재개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워낙 입장 차이가 커서 서비스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며 재개되더라도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상파 콘텐츠 사라져도 소비자 불만 없어

이번 VOD 공급 중단 사태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지상파와 모바일IPTV 사업자가 생각하는 지상파 콘텐츠 가치의 차이가 크다는게 근본원인이다. 모바일IPTV 사업자들은 지상파가 원하는대로 높게 대가를 산정할만큼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이번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 중단 이후 소비자들이 모바일IPTV 사업자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현실이다. 한 IPTV 사업자 담당자는 "이미 중단 전부터 이용자들에게 중단 공지를 했고, 이용자들도 과거 여러차례 서비스 중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불만이 크고 이탈이 심하면 불리한 조건이라도 어떻게든 계약을 하겠지만 지상파의 과도한 요구를 반드시 들어줘야 할만큼 고객들의 불만과 이탈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도깨비'나 '응답하라' 시리즈 등은 지상파가 아닌 CJ E&M의 콘텐츠다. 인터넷 상에서 수백만 클릭을 보장하는 중소 예능 제작업체 칠십이초의 '72초TV', 모모콘의 '중고나라체험기', 1인 방송제작자들의 영상 등도 모바일IPTV의 새로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자체제작 콘텐츠가 글로벌 미디어 업계 트렌드

다른 사업자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자체제작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마녀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아이돌인턴왕', '영화당' 등 10여편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였다.
올해도 자체제작 콘텐츠 비중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T도 올해 자체제작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 한 전문가는 "볼만한 자체제작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서비스 가입자 수를 확대하는 전략이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내 모바일TV 사업자들도 중소 콘텐츠 제작업체와의 교류를 늘리고 자체제작 역량을 확보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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