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상사들은 왜 하나같이 소심하고 변덕이 심할까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8 12:43

수정 2017.02.08 12:43

[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상사들은 왜 하나같이 소심하고 변덕이 심할까요?


“상사들은 왜 하나같이 변덕이 심하고, 성격도 급하고, 소심하다 못해 쫀쫀하기까지 한 걸까요?”

편한 자리에서 후배 직장인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지시와 오늘 지시가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한 시간 전에 했던 말도 싹 바꿔서 정반대 지시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니까요. 어떨 땐 방금 전에 지시해놓고 왜 아직도 안 된 거냐고 재촉하질 않나, 또 어떨 땐 고릿적 실수를 잊지도 않고 틈만 나면 꺼내서 면박주기 일쑤입니다. 상사의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후배 직장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조차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상사들도 마찬가지랍니다.

겉모습에 가려진 내면을 알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이 훤히 보일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만 살짝 공개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상사들의 비하인드 공통점 세 가지를 알려드리지요.

상사의 변덕은 생각의 유연함이다

상사들의 공통점 첫 번째는 성격이 급하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껏 수많은 상사들을 모셔왔지만 그들 중에서 양반걸음을 걷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는지 언제나 총총걸음입니다. 성격도 어찌나 급한지, 10분도 안 돼서 마감을 채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시간 강박증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지요. 심지어 밥도 빨리 먹고 운전도 빨리 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의 속도가 재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춤법까지 정확한 완벽한 보고서를 싫어할 상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상사가 정말 원하는 건 스피드입니다. 약간 허술하더라도 보고서를 신속하게 받아야 피드백을 고민할 시간이 생기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할 여유도 생기니까요.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더 많은 보고서를 내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상사들이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교지졸속(巧遲拙速), 뛰어나지만 느린 사람보다는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낫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앞으로는 상사가 자꾸 재촉한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상사의 시계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실적도 하늘높이 쌓여 있을 겁니다.

상사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변덕이 심하다는 겁니다. 이랬다저랬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하지만 상사의 오락가락은 변덕이 아니라 생각이 유연한 겁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걸 깨닫는 순간 유턴을 해야 하듯이, 한번 내린 결정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거지요.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훈련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상사가 갑자기 지시를 바꿨다면 그 이유를 물어보세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물론 아침저녁으로 자기 기분에 왔다 갔다 하는 감정기복형 상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겠지요.

‘쫀쫀’한 게 아니라 ‘촘촘’한 거다

상사들의 세 번째 공통점은 소심하고 쫀쫀하다는 겁니다. 특히 아랫사람의 실수를 절대 잊지 않지요. 그간 잘한 일이 셀 수 없이 많은데도 굳이 예전 실수를 끄집어내서 망신을 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소심하고 쫀쫀하다고 욕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사들이 아랫사람의 단점을 잘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입니다. 리스크 센서가 남들과는 다른 겁니다. 저 직원에겐 저런 문제가 있구나, 그냥 놔두면 언젠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혹시 모를 위기 상황을 미리 피하기 위해 과거에 했던 실수를 잊을 만하면 꺼내놓는 거지요.

흔히 직장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꼽곤 합니다. 헬리콥터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 지형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이와 동시에 거리와 인파 속에서 세밀한 지물을 관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지요. 숲 전체를 관망하는 대범함과 동시에 나무 잎사귀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소심함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이 두 가지 관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른 것은 그저 운이 아니라, 남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대한조정협회 이사로 재직할 당시 무한도전 조정 특집을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 씨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현장에서 목격한 디테일과 세심함은 그들이 왜 정상의 자리에 있는가를 증명하고도 남았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사들은 일에 대한 눈금자가 다릅니다.
소수점까지 꿰뚫어보는 경우가 많지요. 설렁설렁한 윗분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쫀쫀’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촘촘’한 겁니다.
그게 실력이죠. 지금부터라도 상사의 눈금자에 맞춰 촘촘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초반의 미세한 각도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것처럼, 상사의 각도에 맞춰 일하는 방법을 익히면 그 결과가 하나둘 누적돼서 자신만의 실력으로 쌓이게 될 겁니다.

문성후 Hoo소스 대표/미국 뉴욕주 변호사회원/<누가 오래가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