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사사건건 트집 잡는 상사 때문에 사표 쓰고 싶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1 09:00

수정 2017.02.21 09:00

[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사사건건 트집 잡는 상사 때문에 사표 쓰고 싶어요

얼마 전 후배 녀석 하나가 비보를 전해왔습니다. 정말 어렵게 들어간 회사인데 입사 5년차에 사표를 던졌다는 겁니다. 직속상사와 관계가 나쁜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사표를 던질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니 차라리 잘됐다 싶더군요. 반듯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퀭한 눈에 핏기도 없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인 겁니다. KO 직전의 권투선수처럼 녹다운이 됐더군요.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모든 후배 직장인들이 매일 같이 산티아고를 걷고 있지요. 전쟁터 군인처럼 끊임없이 외상과 내상에 시달리고, 때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버티는 것조차 녹록치 않지요. 그 어느 때보다 맷집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직장인의 만능키 ‘맷집’을 키워라

미국 유학 시절에 권투를 배운 적이 있어요. 멋지게 때리는 연습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훈련의 절반은 맞는 것이더군요. 링 위에 오르면 한 대도 안 맞을 순 없으니 미리 맞는 훈련을 통해 맷집을 키우는 겁니다. 그때 두 가지를 깨달았어요. 하나는 지금의 통증을 빨리 치유해야 다음에 찾아올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먹을 맞아본 사람만이 상대에게 주먹을 날릴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한방만 맞아도 쓰러지는 자신만의 유리턱이 있지요. 쉽게 무너지고 쉽게 깨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최선의 공격은 수비라는 말처럼, 가장 약한 유리턱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하지만 일단 한방을 맞았다면 치유될 때까지 자신을 기다려줘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후퇴도 하고 유턴도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는 거지요.

자존감은 영어로 self-esteem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esteem은 estimate(평가하다)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즉, 자신을 정확히 평가해서 그만큼만 자신에게 숙제를 주었을 때 자존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맷집 또한 결국 자존감입니다. 맷집은 무조건 버티고 견디는 인내심이 아닙니다. 젊어 고생은 늙어 병이 된다고, 너무 많이 맞기만 하면 후배 녀석처럼 오히려 골병만 들 뿐이에요. 직장인에게 진짜 필요한 맷집은 통증을 빨리 회복하는 능력입니다.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내공 높은 고수들처럼 자상을 스스로 고치는 치유력이 필요한 거지요.

인체의 신비 중 하나가 부러진 뼈는 아물면서 더 단단해진다는 겁니다. 부러진 뼈가 서로 붙는 과정에서 기존 뼈보다 더 두껍고 단단해집니다. 직장인의 맷집도 그렇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성과가 낮거나, 상사에게 밉보여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갑작스런 부서 합병으로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은 수많은 실패와 굴욕의 연속이죠. 이때 빗겨 맞은 한방에도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게 한방 얻어맞아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없는 자가 치유를 통해 맷집을 키운 사람만이 실패와 좌절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진짜 실력이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누구보다 자가 치유력이 뛰어납니다. 다이어트 전문그룹 ‘쥬비스’의 조성경 대표가 그렇지요. 2002년에 창업에 도전한 조성경 대표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식이요법을 도입해 다이어트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 자존심 구기는 일이 생겼지요. 감량에 성공했던 고객이 요요현상으로 다시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간 모습을 목격한 겁니다.

보통 이런 경우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못 본 척하고 기존 방법대로 사업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을 접는 거죠. 하지만 조성경 대표는 제3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어려운 논문과 자료들을 모조리 섭렵하며 자신만의 요요현상 없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낸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보이지 않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이었지만 조성경 대표는 스스로 맷집을 키우며 한층 단단해졌습니다. 부서진 유리턱에 좌절하는 대신 스스로를 치유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위기에 대처하는 맷집을 꾸준히 키워 결국엔 시장을 선도하는 핵주먹의 주인공이 된 겁니다.

맷집이 강한 사람들은 결코 남 탓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지요. 보고서 때문에 상사에게 혼났어도 소심한 복수를 하거나 뒤에서 험담하는 일도 없답니다. 오히려 혼난 다음날 새로 쓴 보고서를 들고 가서 “제가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새벽까지 고쳐봤는데 한번 봐주십시오.”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고집스런 상사라도 이런 경우엔 두 손 두 발 들 수밖에 없지요.

만약 요즘 매일 같이 주먹을 맞고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실력보다 맷집일지 모릅니다.
스스로를 치유하며 더욱 단단해지는 능력, 맷집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직장인이 갖춰야 할 진짜 실력입니다.

문성후 Hoo소스 대표/미국 뉴욕주 변호사회원/<누가 오래가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