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수술받다 환자 죽을라".. 상법개정안 반대 입장 전달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독점규제법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무더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과반을 넘는 야권이 대기업 규제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반면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여권의 대응력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기업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공인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8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각 정당에 전달했다. 경제단체가 공개적으로 상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상의는 보고서에서 "장기 불황과 글로벌 경쟁에 지친 기업들에 경영 자율성마저 제한하면 자칫 '테이블 데스'(Table Death, 수술받는 중 환자 사망) 상태에 빠질까 걱정된다"며 반발했다.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 경영 자체를 흔드는 독소조항이 많다는 것이 상의의 의견이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선임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고 한곳에 몰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을 따로 뽑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다. 이는 1주 1의결권이라는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며 외국계 주주가 감사와 이사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기업 주식을 1%만 가지면 문제있는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악용 가능성이 큰 제도다. 과거 소버린, 헤르메스, 아이칸 등에서 보듯 해외 투기자본이 이런 제도를 활용해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 해당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상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자사주 처분 규제 부활 같은 조항도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와 반대로 미국 .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포이즌필.차등의결권제 등의 제도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도와주고 있다.
상의는 "경제계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도둑 잡으려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격으로 상법상 사전규제만 강화하면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상법개정안은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대주주를 역차별하고 있다.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다.
정치권은 재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상법은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커지는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해 얼렁뚱땅 법안을 처리하다간 교각살우(橋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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