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협력사 사장의 하소연..."실업자가 됐고...빚쟁이가 됐고..."
지난 11일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이용호 CNGN 사장 (사진)을 비롯한 직원 8명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현장에 나와 의류 판매 노점을 열었다. 벌써 6번째다. 이 사장은 개성공단에서 제작된 옷을 받아 국내에 유통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로 약 5억원 규모의 의류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작은 기업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 사장은 "옷을 팔려면 구색이 맞아야 한다. 색상이 맞고 치수가 맞아야 하는데 지금 쌓여 있는 재고는 구색이 맞지 않아 팔 수가 없었다"며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좋지 않은데도 최근 춧불집회 영향으로 매출이 2배로 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나왔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이 사장이 파는 옷은 최저가라고 할 수 있는 5000원이다. 그는 "5000원에 팔아 무슨 마진이 남겠느냐"며 "재고를 덤핑으로 넘기면 '그램(g)'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는데 원단 값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또 "옷이 짝이라도 맞으면 어떻게 팔겠지만 하의만 3만벌이고 윗도리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에게 촛불집회에서 노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개성공단과 거래를 하던 주변 협력업체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대개 개성공단 사태 발생 이후 입주업체들의 사연과 사정에만 신경을 쓰는데 입주업체와 거래하던 협력업체 피해도 어마어마하다"며 "원재료를 공급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했거나 막대한 재고를 팔지 못해 쌓아만 두는 협력업체들이 너무 많다. 어떤 사람은 실업자가 됐다가 먹고 살기 위해 대리운전을 한다. 다들 빚쟁이로 전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지원, 보상 등은 사실상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사장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대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론적으로야 대체공장을 만들면 된다지만 개성공단과 비교하면 규모나 기술, 인건비 등에서 마땅한 곳이 없다. 실업자가 속출했는데 다 취업시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며 "개성공단은 한국산(made in korea)라고 붙일 수 있어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등에 비해 높게 평가받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개성공단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재가동이) 최선"이라며 "북한이 미운 건 밉더라도 업체들에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예병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