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터뷰] 최종웅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 대표 "국내 투자사는 거절했지만 소로스는 알아봤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0 17:24

수정 2017.02.20 22:19

스마트 미터기 '에너톡' 생산.. 조지 소로스 펀드가 3대 주주
[인터뷰] 최종웅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 대표 "국내 투자사는 거절했지만 소로스는 알아봤죠"

잡담을 권장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서로 싸울 수 있는 열정을 이해하도록 하며, 보고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주고받기, 그리고 매주 목요일엔 무조건 칼퇴근한다.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사훈'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장은 인터뷰하러 온 기자의 정장차림이 머쓱할 정도로 스니커즈에 트레이닝복의 편안한 모습으로 맞이했다. 이곳에선 트레이닝복 차림의 사장 외엔 다른 직급이 없다. 사장은 직원들을 '멤버' 또는 '매니저'라고 불렀다.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모두가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했다.

칸막이 없는 사무실에선 미국 벨연구소 출신부터 삼성전자 등에서 이직해온 직원들이 각자 일에 열중했다. 서울법인 40명(미국본사·일본법인까지 총 56명) 중 7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다. 지난 17일 서울 봉은사로에 위치한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의 사무실 풍경이다. 사장은 "업계 최고의 인재들"이라며 "투자받은 돈의 10%는 무조건 멤버들 몫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직원이 곧 주주인 셈이다.

트레이닝복의 사장은 대기업 사장 출신인 최종웅 대표(59.공학박사.사진)다. 1982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LS산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2013년 LS산전 사장직을 그만두기까지 31년을 샐러리맨으로 지냈다. 1992년 건물용·가정용 전자식 계량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으며, 지난 2013년 창업하겠다고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올 때까지 회사 명의로 낸 특허만 20개, 학술지 게재 논문은 56편에 달했다. 퇴직 후 곧바로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오랜 세월 꿈꿨던 일을 실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평적이며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역시 그가 꿈꿨던 일들이라고 했다.

그가 2013년 설립한 인코어드는 누진제 경고시스템인 스마트 미터기(스마트 전기계량기)인 '에너톡'이란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여름 누진제 공포 속에 에너톡 설치가구는 전국 10만가구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연히 각 가정의 전기사용 빅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실 전기사용 데이터는 개인의 생활패턴을 읽어주는 열쇠다. 하지만 전력회사나 통신사, 기존 계량기 회사들마저 이 블랙박스를 해독하겠다고 선뜻 나서질 않았다. 기존 시장만으로도 돈벌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 암호를 푼 게 바로 최 대표와 수년간 함께한 연구진이다. "전기사용 정보엔 그 집의 사람이 언제 기상을 했는지, 커피를 언제 끓여 먹는지,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개인의 생활패턴이 모두 담겨있죠. 이를 해독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죠."

가령 독거노인 가정에서 전기에너지 사용량에 변화가 없다면 이는 곧바로 이상징후다. LG유플러스.KT 등 통신사들과 함께 선보이고 있는 노인돌보미 프로그램은 '에너톡'의 활용 예다. 단순한 전기사용 정보가 인간을 위한 빅데이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창업 초기엔 그 역시 녹록지 않았다. "처음엔 대기업 사장 출신이니 투자해 주겠거니 했는데, 계급장 떼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죠. 국내 40여곳의 벤처캐피털이 황당한 아이디어라고 모두 투자를 거절했죠. 국내에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었죠." 2013년 우리 나이로 57세 때였다.

"두려움 속에 결국 시장확보와 투자 유치를 위해 실리콘밸리행을 택했습니다." 국내 투자사들이 황당한 아이디어라고 모두 거절한 사업에 선뜻 투자금을 내준 건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스트래티직파트너스(QSP)였다. QSP는 1100만달러(약 117억원)를 투자해 인코어드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에너톡이란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전력에너지 플랫폼 구축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스타트업계 용어로 엑시트, 기업매각이나 기업공개(IPO)하는 것이죠. 성공스토리를 만든 뒤 할 일은 실리콘밸리처럼 청년 창업을 돕거나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