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명문 장수기업'이 늘어나려면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3 17:09

수정 2017.02.23 17:09

[데스크 칼럼] '명문 장수기업'이 늘어나려면

빠르면 이번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이 4개월간의 엄격한 심사를 마무리하고 '명문 장수기업'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선정되는 명문 장수기업은 명실공히 국가대표 중소기업이다. 45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어야 하며 브랜드 가치도 높아야 하고 경제, 사회적 기여도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후보군에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강소기업 중의 강소기업인 셈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간 지속된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에서 오랜 기간 버틴 것은 물론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정부 포상은 물론 판매하는 제품에 '명문 장수기업' 마크를 부착해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국가 차원에서 브랜드와 제품 품질을 보증하는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판매 시장이 기대된다. 명예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많은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문 장수기업 선정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쉬움도 크다. 국가대표 중소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무대에 50개 기업만이 지원했다고 한다. 중소기업 수가 350만개에 달하는데. 자격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다 45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창업 후 3년이 지나면 50%, 7년이 지나면 생존율이 32%까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미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그나마 최근 정치권을 보면 중소기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대권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대선 후보 또는 잠재 후보들이 일제히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좀 과장하면 중소기업을 살리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잃을 것 같은 분위기다. 중소기업청이 원하던 중소기업부로의 승격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문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확대 신설, 안철수 전 대표는 중소기업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창업중소기업부로 확대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기업들과 정부의 정경유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번 기회에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경제 핵심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사실 중소기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주면 된다.

지금이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시기다.
판만 제대로 깔아준다면 몇년 뒤 '명문 장수기업' 후보군은 50개가 아닌 500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선거전과 선거후가 다른 구태를 또 보여준다면 후보군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무대가 만들어져서 더 많고 더 강한 '명문 장수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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