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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K푸드’에 빠진 베트남 식품시장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4 17:52

수정 2017.02.24 17:52

[여의도에서]‘K푸드’에 빠진 베트남 식품시장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최근 'K푸드'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베트남행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몽니로 식품기업들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러브콜이 반갑기 그지없다. 때마침 올해는 베트남과 수교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어느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식품산업도 '글로벌 시장 진출'이 숙원이다. 국내시장은 커질 대로 커져 성장이 멈춘 상황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여타 업종에 비해 식품분야는 해외에서의 괄목할 실적을 보이는 기업은 별로 없다. 해외매출 비중을 볼 때 식품기업 가운데 CJ제일제당(40%)과 농심(25%), 제과기업에선 롯데제과(30%)와 오리온(68%)이 그나마 글로벌 기업으로 꼽힌다.

그나마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기업들조차 중국에 편중돼 있다. 사드, 북핵 등 대중국 리스크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지나친 중국 편중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리온은 지난해 신흥시장인 베트남에서 '24% 성장'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액수보다도, 불투명한 '중국 대체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더구나 베트남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2450달러에 불과한 세계 45위권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과시장, 그것도 초코파이를 중심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는 것은 업계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리온은 이참에 베트남법인을 '포스트 중국법인'으로 키워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도 베트남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1998년 1호점을 오픈한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210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시장점유율 25%의 선두기업으로 우뚝 섰다. MPK그룹은 올 상반기 하노이에 3개를 비롯해 2018년까지 베트남 10개 이상의 미스터피자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베트남행에 고삐를 죄고 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는 외형 성장보다 현지 1위 기업 대비 매장당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도 베트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2년 베트남에 진출한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업계 최초로 현지에 1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유통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도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마케팅을 강화한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베트남에서 한식은 일식 다음으로 서양식보다 인기가 높다"면서 "인구의 절반이 30대 미만일 정도로 젊은 사람이 많아 식음료산업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농약 과다사용, 식품 부적합 화학물질 첨가 등 현지의 식품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우리 기업들에는 천운이다. 지갑이 두꺼운 대도시 소비자를 중심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더 안전하다고 믿으며 기꺼이 지갑을 열 9300만명의 베트남 시장이 'K푸드'에 손짓하고 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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