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현장클릭] 현실화 힘든 남해 드라이브길.. 정부 "안되면 말고" 홍보부터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8 17:35

수정 2017.02.28 22:02

[현장클릭] 현실화 힘든 남해 드라이브길.. 정부 "안되면 말고" 홍보부터

'섬과 섬 이어 남해안 483㎞ 환상의 드라이브 길 만든다.'

2월 27일 정부가 이런 내용이 담긴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자 본지를 포함한 언론들은 정부의 '장밋빛 계획'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이 계획은 불과 하루 만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 위의 드라이브 코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경남 거제시와 전남 고흥군을 잇는 483㎞ 해안도로를 전망대와 미술관.카페.공원 등 볼거리를 두루 갖춘 드라이브 코스(가칭 쪽빛너울길)로 조성한다는 게 정부 계획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드라이브 코스 중 고흥~여수 구간, 여수 내 하단 섬 구간, 여수~남해 구간, 고성~통영 구간 등 4곳은 현재 도로가 끊겨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흥~여수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단절구간에 대한 도로 건설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
그 대신 바지선(화물을 운반하는 소형선박)을 활용해 차량을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해안 483㎞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만들기 위해선 끊겨 있는 도로를 이어줄 바지선 사업자를 찾아야만 한다.

문제는 사업성이 떨어져 바지선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업을 이명박정부 때도 '남해안권 발전종합계획'이란 이름으로 진행했지만 같은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바지선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국토부 공무원의 발언을 통해서도 우회적으로 감지된다. 이 공무원은 "꼭 연결해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해안도로가 있다는 상징성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다. 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도로가 끊긴다는 것은 중대한 결함이다.

그런데도 이런 결함을 보완할 뚜렷한 계획조차 없다.
담당 공무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후속조치는 나중에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 사회지표(Society at a Glance)'에 따르면 한국인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8%로 OECD 평균 42%를 크게 밑돌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이유를 곱씹어봤으면 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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